[뉴스핌=황숙혜 뉴욕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약 10년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달러화 페그제를 폐지하는 신흥국이 꼬리를 물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과 중국의 성장 둔화로 이머징마켓의 경제 펀더멘털이 취약해지고 있어 페그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신흥국의 최근 움직임이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와 흡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달러 <출처=블룸버그통신> |
21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이 자국 통화 마나트화의 달러화 페그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아르헨티나 역시 페소화의 달러 페그제를 종료하는 등 최소 4개 신흥국이 변동환율제를 채택했다. 아울러 중국을 포함한 6개 국가가 자국 통화의 달러화 페그제를 완화했다.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데 따라 아제르바이잔의 마나트화는 달러화에 대해 반토막에 달하는 폭락을 기록했다.
이번 정책 결정은 국제 유가 하락에 국가 재정과 실물경기가 찬바람을 내고 있는 데도 달러화 상승으로 인해 자국 통화 가치가 동반 상승, 영속 불가능한 괴리가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아제르바이잔의 수출 가운데 원유와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5%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정부 수입의 70%를 에너지 부문에서 창출하는 상황이다.
브렌트유가 11년래 최저치로 급락, 배럴당 36달러 선으로 밀리며 지난 5월 이후 약 50%에 이르는 낙폭을 기록한 가운데 마나트화의 추가 상승을 용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아제르바이잔 중앙은행 측의 입장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의 달러화 페그제를 완화하고, 바스켓 통화에 연동하도록 한 결정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제 성장이 크게 꺾였지만 달러화 강세로 인해 위안화가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고평가됐다는 것.
사이먼 퀸자노 에반스 코메르츠방크 전략가는 “페그제를 장기간 유지할수록 외환보유액이 더 크게 줄어들게 된다”며 “더 나아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신흥국의 연이은 달러 페그제 종료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와 닮은꼴이라고 주장했다.
18년 전 위기 역시 1994년 미국이 금리인상 사이클로 접어든 데 따라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서면서 촉발됐다는 것이 투자가들의 판단이다.
주요 신흥국이 통화 가치를 앞다퉈 평가절하했고, 이는 은행과 기업들의 부채 상환 불능 사태를 초래하면서 위기로 번졌다는 주장이다.
한편 헤지펀드를 필두로 투기거래자들의 달러화 상승 베팅 포지션은 지난 15일 기준 한 주 사이 15만9961계약으로, 전주 17만2331계약에서 상당폭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투기거래자들은 2주 연속 달러화에 대한 상승 베팅을 축소했다.
이달 들어 달러화가 3% 가량 하락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추세적인 상승이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