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숙혜 뉴욕 특파원] 사상 최저금리에 기대 폭발적으로 팽창했던 회사채 시장에 변화의 기류가 뚜렷하다.
유럽 주요 기업들의 회사채 바이백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 경영자들이 본격적인 금리 상승에 대비해 부채 부담을 미리 축소하고 나서는 움직임이다.
값싼 유동성에 힘입어 돈잔치를 벌였던 2015년의 풍경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기업 재무책임자와 시장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유로화 동전 <출처=AP/뉴시스> |
23일(현지시각) 씨티그룹에 따르면 유럽 지역의 기업들이 되사들인 회사채 규모가 350억유로(38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유로화뿐 아니라 그 밖에 통화로 발행된 회사채와 러시아 기업까지 모두 포함한 수치다.
주요 기업들은 손에 쥔 현금 자산을 이용해 기존의 채무를 축소하는 데 잰걸음을 하고 있다. 금리가 낮을 때 부채 부담을 미리 줄이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금리인상이 본격화된 미국이 아니라 유럽에서 벌어져 주목된다. 뿐만 아니라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에 앞서 이미 다수의 미국 기업들이 유로화 회사채 발행에 나선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3일 회의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월 600억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연장하기로 했지만 시장금리는 오름세를 타고 있다.
유럽 지역의 회사채 수익률은 지난 4월 저점을 찍은 뒤 상승세로 반전, 최근 1년래 최고치로 올랐다.
프레이저 로스 도이체방크 신디케이트론 헤드는 “회사채를 되사들이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경영자들은 시장금리가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유럽의 투자등급 회사채 평균 수익률은 1.5%까지 상승해 지난 4월 기록한 사상 최저치인 0.84%에서 가파르게 뛰었다.
시장 변동성 역시 기업들의 회사채 바이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레이엄 바한 씨티그룹 유럽 회사채 헤드는 “시장 변동성이 크게 치솟았다”며 ‘이 때문에 일부 기업들이 회사채를 액면가 이하의 가격에 되사들일 수 있는 기회를 포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도 이 같은 움직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회사채시장도 전망이 흐리기는 마찬가지다. 정크본드를 필두로 한 채권 가격 하락이 확산되는 한편 디폴트율 역시 상승할 것이라는 경고다.
올들어 미국 하이일드 본드 시장은 5% 떨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의 내년 전망은 3% 하락에서 5% 상승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디폴트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에너지와 상품 섹터를 중심으로 투자 리스크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잭 서머스케일 밥슨 캐피탈 매니지먼트 하이일드 최고투자책임자는 “채권 투자자들은 내년 에너지 섹터 정크본드를 필두로 디폴트율 상승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