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저유가 장기화를 경고하고 나선 가운데 유가 약세의 타격이 관련 에너지 기업 뿐만 아니라 미국 금융권에까지 미칠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저유가로 미국 은행들이 내년 재정 건전성을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에서 더 큰 부담을 안게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원유 생산 현장 <출처=AP/뉴시스> |
이날 OPEC은 세계석유전망 보고서에서 원유 수요 장기 전망치를 하향했다. 오는 2040년까지 세계 원유 수요를 일일 1억980만배럴로 예상하며 작년 보고서에서 제시했던 전망치보다 130만배럴 낮춰 잡았다.
이번 주 국제유가가 배럴당 36달러 아래로 밀리며 11년래 최저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에너지 기업들에 대한 대규모 대출에 나섰거나 장부 상 석유관련 익스포저가 높은 은행들의 부담은 그만큼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운용액 500억달러 이상의 대형 은행들에 대해 금융 위기 또는 경기침체 대비 재정 건전성을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유가가 연준이 테스트 시나리오를 마련했던 작년 10월 대비 55% 정도 낮은 상황이라 은행들이 테스트를 통과하기는 더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작년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은행 대출장부(loan book)에 대한 테스트까지 더해질 경우 상황은 더 암울해질 전망이다. 지난해의 경우 은행 거래장부만을 기준으로 건전성 평가가 실시됐다.
웰스파고를 비롯한 은행들은 이미 저유가로 석유관련 업체들의 대출 상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경고해 왔으며, 지난달 미국 규제당국 역시 석유가스 관련 업체들의 디폴트 리스크가 1년 전보다 5배가 늘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컨설팅(PwC)의 금융서비스 리스크팀을 이끌고 있는 마이클 알릭스는 "내년 미국 금융기관들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을 때 저유가로 인한 직접적인 거래 리스크 뿐만 아니라 에너지업체 대출이나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대한 대출까지 간접적 리스크까지 포괄적으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KBW은행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클라인핸즐과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 제이슨 골드버그는 내년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유가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질 때를 감안한 재정건전성 평가가 있을 것이라며 기준이 더 엄격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연준 대변인은 내년 스트레스 테스트 기준에 관해 별도의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고 FT는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