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숙혜 뉴욕 특파원] 국제 유가 급락에 산유국 정부는 물론이고 미국의 에너지 집약 지역의 주정부까지 극심한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오클라호마와 알라스카 등 에너지 산업 중심지의 주정부는 세수가 급감한 가운데 신용등급 강등 리스크를 맞았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재정적자가 눈덩이로 불어난 가운데 에너지 업계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긴축에 나섰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사우디 아라비아가 달러화 페그제를 폐지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원유 저장 시설 <출처=블룸버그통신> |
29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컨 카운티는 유가 급락 속에 부동산 세수가 80억달러 이상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모든 부서의 예산을 삭감한 상황이다.
카운티 측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99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히고, 유가 하락이나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내년 예산을 추가로 삭감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알라스카와 루이지애나, 오클라호마 등 주요 석유 생산지의 주정부 역시 세수가 줄어든 데 따라 고전하고 있다.
텍사스의 경우 지난 11월에만 판매세 수입이 전년 동기에 비해 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가 하락이 석유 업체들을 강타한 데 따른 결과다.
크리스 마이어 루프 캐피탈 마켓 이사는 “저유가와 유가 약세가 장기화될수록 관련 지역의 재정이 극심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은 사우디 아라비아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중 하나인 사우디는 에너지 관련 보조금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저유가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 사우디의 정부 및 민간 소비 활황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코너스톤 글로벌 어소시어츠 역시 사우디가 누렸던 값싼 유동성의 시대가 종료됐다고 진단했다.
유가 폭락에 재정난을 맞은 사우디는 10여년만에 처음으로 자금 조달을 위해 국채 발행에 나서기도 했다.
사우디의 재정적자는 98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6%로 늘어났다. 원유는 정부 세수의 73%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월가에서는 내년 사우디 정부가 달러 페그제를 종료할 가능성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저유가의 장기화와 달러화 강세를 견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페그제를 종료하더라도 투자심리를 강타해 해외 투자 자금의 이탈을 부추기는 한편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은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