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숙혜 뉴욕 특파원] 저가 매수 전략이 월가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히려 주가가 오를 때 팔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씨티그룹이 미국 주식에 대해 ‘비중축소’ 전략을 취하는 등 연초 투자은행(IB)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5일(현지시각) 씨티그룹은 투자 보고서를 내고 미국 주식의 비중을 줄일 것을 권고했다. 뉴욕증시의 상승이 완전히 종료된 것은 아니지만 보다 나은 기회를 찾아야 할 때라는 주장이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씨티그룹은 미국 증시의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떨어뜨렸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인상이 주가 상승 발목을 잡을 여지가 높고, 달러화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 이익 역시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로버트 버클랜드 씨티그룹 전략가는 “올해 미국 기업의 이익 모멘텀이 매우 약할 것”이라며 “이는 연준의 금리인상과 맞물려 주가를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그룹은 연간 뉴욕증시가 상고하저의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반기 S&P500 지수가 2300에 이른 뒤 하반기 2200선으로 밀려나는 그림을 연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RBS 캐피탈 마켓이 올해 말 S&P500 지수 전망치를 2300에서 2225로 상당폭 낮춰 잡았고, 골드만 삭스와 스티펠 니콜라우스 등 주요 IB들이 올해 말 S&P500 지수 전망치를 2100 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루한 횡보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별도로 주가 약세에 비중을 늘리는 전통적인 전략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앞으로 12~24개월 사이 주가가 오를 때 비중을 줄이는 행보를 취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슬라브 마테지카 JP모간 전략가는 “앞으로 12~24개월 후 주가는 지금보다 낮을 것”이라며 “금융위기 이후 7년간 하락에 매수하는 전략이 통했지만 구조적으로 이 같은 논리가 맞아떨어지지 않는 여건”이라고 주장했다.
기업 이익률 상승과 연준의 부양책,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사주 매입 등 지난 7년간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세 가지 축이 일제히 흔들리고 있어 주가가 아래로 쏠리는 흐름을 연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2차 세계대전 이후 주가 상승 사이클이 5년 주기로 진행됐고, 최장기 상승이 7년이었다는 점도 올해 뉴욕증시의 주가 전망을 흐리게 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해외 증시 분산 투자 역시 크게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 JP모간의 주장이다. 미국 증시가 추세적인 하락을 보이는 상황에 강한 탈동조화로 ‘나홀로 상승’을 기록할 만한 저력을 지닌 지역을 찾기 어렵다는 것.
JP모간은 앞으로 1~2년간 투자의 초점은 높은 수익률로 자산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자금을 지켜내는 데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