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연초부터 달러화 강세가 예사롭지 않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이 지난해 상당 부분 반영된 데다 올해 긴축 속도가 시장의 예상보다 점진적일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달러화 상승 속도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예측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중국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충격이 지속될 경우 올해 달러화가 또 한 차례 강한 랠리를 연출할 전망이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13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달러화가 신흥국은 물론이고 선진국 통화에 대해서도 일제히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달러화는 영국 파운드화와 브라질 헤알화에 대해 2% 이상 뛰었다. 캐나다 달러화와 멕시코 페소화, 한국 원화에 대해서는 3%를 웃도는 상승세를 나타냈고, 뉴질랜드 및 호주 달러화 대비 4% 이상 급등했다.
월가 투자은행(IB) 업계에 달러화 강세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조지 사라벨로스 도이체방크 외환 리서치 헤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달러화가 상당히 큰 폭으로 뛸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단기물 국채 수익률이 10개 선진국 가운데 절반 이상의 수익률보다 높은 데다 올해 연준이 최소 두 차례에 걸쳐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달러화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형성됐다는 주장이다.
다른 IB 업체들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완화를 확대할 여지가 높고, 이는 달러화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니엘 카치브 BNP 파리바 외환 전략가는 “최근 몇 년간 달러화 상승은 선진 10개국 중앙은행의 부양책에 힘입은 것이었지만 올해는 연준의 긴축에 기댄 달러화 랠리가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앨런 윌드 베어링 애셋 매니지먼트 채권 헤드는 “지난 12월 유럽중앙은행(ECB) 회의 이후 유로화가 상승 흐름을 타고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ECB가 양적완화(QE)를 확대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스메네 만뎅 뉴 스파르타 펀드매니저는 “상품 가격 하락 및 중국 충격에 따른 달러화 상승 흐름이 지난해 초와 흡사하다”며 “이머징마켓에 대한 비관론과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모두 부풀려졌고, 최근 상황이 반전을 이루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연준과 기업 실적에 집중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강달러에 따른 기업 수익성 타격이 가시화된 데 이어 올해도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달러화 상승이 가속화되면서 실물경기에 흠집을 낼 경우 연준의 금리인상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번지고 있다.
이머징마켓 기업 역시 달러화 강세가 반갑지 않다. 달러화 부채 규모가 큰 기업의 경우 채무 상환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4분기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액 역시 3.4%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강달러와 저유가가 기업들의 숨통을 조였다는 분석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