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주식과 정크본드 시장에서 자금이 급물쌀을 이루고 있다.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에서 발을 빼는 한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국채로 잰걸음을 하는 움직임이다.
22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시장조사 업체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한 주 사이 투기등급 채권 펀드에서 49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등급 채권 펀드에서도 같은 기간 10억달러가 이탈했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와 별도로 연초 이후 최근까지 전세계 주식시장에서 8조달러에 이르는 시가총액이 증발한 가운데 투자자들은 최근 한 주 사이 미국 주식펀드에서 42억달러를 빼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연초 이후 미국 주식펀드에서 상환된 자금은 290억달러로 불어났고, 최근 7주 사이 자금 유출 규모는 420억달러에 달했다.
또 시장조사 업체 마킷에 따르면 올들어 글로벌 주식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약 78억달러의 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위험자산의 자금 유출이 예사롭게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메쉬 비말링감 BNP 파리바 전략가는 “정크본드에서 매도 공세가 걱정스럽다”며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걸친 신용 경색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을 진원지로 한 충격파와 국제 유가 하락이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매도를 부추기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글루스킨 셰프 전략가는 “유가 폭락이 공공의 적”이라며 “주식시장이 상승 반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유가 안정과 중국을 둘러싼 불확실성의 해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테리 샌드벤 US 뱅크 웰스 매니지먼트 전략가는 “주가 밸류에이션이 한계 수위를 넘은 한편 투자 심리는 급랭했다”며 “역사적으로 약세장이 경기 침체 전후로 발생했다는 사실 역시 투자자들을 긴장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전세계 정크본드 평균 수익률은 21일 기준 9.4%를 기록했다. 이는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올들어 관련 채권은 총수익률 기준으로 3.3%의 손실을 낸 상태다. 이는 지난 한 해 손실인 2.1%를 웃도는 수치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고조되면서 투자자들은 선진국 국채로 뭉칫돈을 이전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리퍼에 따르면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뮤추얼 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로 최근 한 주 사이 25억달러의 자금이 밀려들었다. 이는 10개월래 최고치다.
또 같은 기간 글로벌 국채 관련 펀드로 유입된 자금이 51억달러로, 12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던 해리스 BOfA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대규모 충격에 대한 정책 카드가 소진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