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날로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에서 부동산을 매입하는 중국 투자자들에게 모기지 대출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기로 한 은행이 등장해 주목된다.
중국 정부가 자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해외 은행의 외환 비즈니스를 중단시킨 데 대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맨해튼 부동산 <출처=블룸버그통신> |
유럽 최대 은행 HSBC는 29일(현지시각) 지난주부터 미국 부동산 투자를 원하는 중국인들에게 모기지 대출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캐나다에서도 이미 이와 흡사한 대출 규제 방안을 현지 법률을 감안해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로스 앤젤레스와 뉴욕, 밴쿠버 등 미국과 캐나다 특정 지역의 고가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중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만큼 이번 HSBC의 결정에 따른 파장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다른 은행권으로 모기지 대출 중단이 확산될 경우 미국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 정부는 극심한 자본 유출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복안으로 스탠다드 차타드와 DBS 그룹 등 일부 해외 은행의 외환 비즈니스를 중단시켰다.
주가 급락과 경제 성장 둔화, 이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 조짐은 중국 개인 투자자와 기업들을 해외 자산시장으로 몰아내고 있다.
이로 인해 자본 유출 문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고,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하락을 부추기는 등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어 중국 정부가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다.
미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고가 주택을 매입하는 중국 투자자들은 현금 매매를 선호하며, 해외 투자자 가운데 중국인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 투자자가 사들인 부동산 규모는 286억달러에 달했다. 2014년 220억달러에서 상당폭 늘어난 수치다.
HSBC는 모기지 대출 대상에서 제외시킨 중국 고객의 구체적인 범주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미국 부동산 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다. 고가 주택 중개사인 맨션 글로벌은 특히 방문자 비자를 보유하고 미국에 입국하는 중국인의 부동산 시장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JP모간은 올해 중국의 자본유출이 5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유동성이 빠져나갈수록 역외 위안화 하락 압박이 높아지면서 중국 인민은행은 환율 방어를 위해 3조300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추가로 소모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중국 외환보유액은 1079억달러 감소해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연간 기준으로도 외환보유액은 5127억달러 줄어들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