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달 뉴욕증시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93%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는 6.3%로 같은 기간 다우존스 지수의 낙폭인 5.5%보다 컸다.
연초부터 주가가 곤두박질 친 것은 이른바 ‘R(Recession, 침체)’의 공포가 투자심리를 냉각시켰기 때문이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 <출처=블룸버그통신> |
유가 급락과 중국발 충격이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주식시장의 ‘팔자’를 자극했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증시에서 발을 빼는 데 급급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주식시장에서 29억달러가 빠져나가면서 최근 8주 사이 7주에 걸쳐 유출을 기록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투자은행(IB) 사이에서도 침체 경고가 꼬리를 물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제조업 지표의 부진이 가볍게 보기 어려운 수준이며, 서비스업 경기 역시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리지만 하강 기류를 타고 있다는 평가다.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1월 제조업 지표는 48.2를 기록해 전월 48.0에서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4개월 연속 수축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문제는 강달러와 상품 가격 하락으로 인해 제조업 경기가 가까운 시일 안에 턴어라운드를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자본 집약적인 제조업의 특성상 사이클이 꺾이면 추세적으로 후퇴하게 마련이라고 업계 애널리스트는 주장하고 있다.
듀브라프코 라코스 부야스 JP모간 리서치 헤드는 “외형으로 보면 서비스 섹터가 제조업보다 크지만 일반적으로 비즈니스 사이클을 주도하는 것은 제조업”이라며 “이 때문에 제조업 경기가 악화되면 거시경제 전반에 걸쳐 한파가 닥친다”고 설명했다.
마크 야스오 모간 크릭 캐피탈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는 “제조업 경기 둔화는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라며 “경기 후퇴로 인해 S&P500 지수가 내년 말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JP모간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의 둔화를 근거로 판단할 때 향후 12개월 사이 침체 가능성을 44%에 이른다. 서비스 섹터 역시 35%의 침체 가능성을 내비치는 실정이다.
이 밖에 전통적인 경기 침체 선행지수로 통하는 산업생산이 지난 12개월 가운데 10개월에 걸쳐 떨어진 점도 침체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반대 의견도 없지 않다. 지속적인 고용 지표 개선이 침체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어려운 근거로 꼽힌다.
팀 듀이 오리건 대학 경제학 교수는 “경기 침체 초기 통상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미국 전역에 걸쳐 상승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골드만 삭스는 에너지 섹터가 제조업 생산 감소의 25%를 차지할 뿐이며, 에너지 산업이 경기를 침체로 몰아갈 만큼 규모나 비중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