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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마이너스금리 후폭풍] 지방은행 타격, 채권 자금운용 중단 현실화

기사등록 : 2016-02-0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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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마진 축소…수익 악화에 지방은행 통폐합 예상"
"일부 운용사, 단기 채권 신탁 사업 중지 선언"

[뉴스핌= 이홍규 기자] 일본 시중은행과 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가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금리 도입으로 입는 타격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시중은행이 BOJ한테서 받았던 예치금 이자를 오히려 지급해야 하는 데다 대출금리 인하로 예대 마진이 상당폭 줄어드는 것이 불가피하다. 자금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오히려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취약한 지방금융 회사들부터 사업 영역을 축소시키고 단기자금시장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일부 운용사들이 단기채권 신탁 모집을 중단하는 등 사업을 포기해 파장이 현실화되고 있다.

◆ 예대금리 축소에 시중은행 수익 악화

2일 자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요코하마은행과 하치주니은행은 1년짜리 정기예금 수신금리를 0.02%로 낮췄다. 스미토모미쓰이 금융그룹과 미쓰비시UFJ금융그룹, 미즈호파이낸셜금융 등 대형 은행도 일제히 예금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일본 시중 은행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주 BOJ가 오는 16일부터 적용될 기준금리를 기존 0.1%에서 마이너스 0.1%로 바꾼 데 따른 것이다.

일본 시중 은행 신규 대출 금리 추이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일본은행, 미즈호 은행>

신세이 뱅크의 쿠도 히데유키 최고경영자는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들의 대출 마진을 축소시킬 것이다"면서 "이는 은행들의 수익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은행 대출 금리도 낮아질 전망이다. 일본주택금융공사는 오는 3월 시중은행들의 장기 주택금리가 사상 최저치인 1.3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35년짜리 장기주택 대출에 적용됐던 최소 금리는 1.48%로 9개월 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서 1일 미쓰비시UFJ은행은 이번 분기 대출 마진이 3년 전 기록했던 1.2 %보다 줄어든 1%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 수요부진에 지방 은행 간 통폐합 가속화

앞서 BOJ 구로다 총재는 금요일 통화정책회의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단기적으로 금융 회사들의 수익에 타격이 불가피 하지만, 경제가 다시 성장 궤도에 진입하면서 금융 회사들의 수익은 개선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사진=블룸버그통신>

하지만, 일본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전망에 회의적인 모습이다.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지방에는 은행들의 숫자가 많아 외려 은행 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UBS증권의 이나 시니치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의 대출 규모 성장은 금리 때문이 아니라 기업들의 실질적인 자금 수요 부족에 의해 제약되고 있다"면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대출 증가를 촉진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에는 은행들이 너무 많이 있다"면서 "특히 자금 수요가 약한 지방의 경우 더 심하다"고 말했다.

최근 나카하라 노부유키 전 BOJ 정책위원회 위원은 "최근 몇몇 지방은행들을 중심으로 합병이 시작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은행들의 수익 악화로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뜨는 돈 최대 30조엔, 용처 막막

마이너스금리 정책에 영향을 받는 막대한 돈이 갈 곳이 없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BOJ의 전격 마이너스금리 도입으로 최대 30조엔에 달하는 은행 예치금이 어떻게 활용될지가 곤란한 상황이라면서, ▲국내대출 증대 ▲국채 추가 매입 ▲여타 증권매입 ▲수신금리 인하 ▲해외진출 ▲현금 예치 ▲비용절감 ▲합병 등에 활용될 것을 예상해보지만 각각 한계가 있다고 풀이했다.

먼저 대출수요는 이미 감소하고 있고, 국채를 매입한다고 해도 단기채 수익률이 이미 마이너스인 데다 장기채는 금리 위험 때문에 보유하기 망설여진다.

기타 증권은 주로 해외채권인데 갑자기 매수 속도를 늘리기 힘들고, 그 외에는 국내부동산투자신탁과 회사채 혹은 상업어음인데 이들 역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예금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경우 평판이 떨어질 위험이 있고, 해외진출도 세계경기 둔화와 신흥시장의 취약성 때문에 위험이 존재한다. 

현금예치는 중앙은행이 더이상 금리를 지급하지 않게 됐고, 비용절감을 하려면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임금인상 정책에 위배된다. 합병은 주가 하락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존재한다.

 ◆ 대형운용사, 단기채권 사업 중단

BOJ의 실물 경기와 금융 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완화책이 오히려 기관들의 사업 영역을 축소시키는 결과도 낳고 있다.

다이와투자신탁과 미쓰비시 및 미즈호 자산운용을 비롯한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일본 단기국채와 회사채를 대상으로 한 신규 투자 신탁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기준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운용사들 수익 타격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BNP 파리바의 후지키 토모히사는 "마이너스금리는 오히려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마이너스금리가 보편화될 경우 단기 자금시장의 기능이 크게 손상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형 뮤추얼펀드나 신탁은행은 기본적으로 자금의 마이너스 운용은 하지 못한다. 이러한 자금이 단기시장에서 사라질 경우 기능이 위축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럴 경우 주된 자금조달자인 지방은행 등 취약한 금융기관이 직접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일본 가계와 기업은 확실히 저금리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메가뱅크들은 현재 1.05%인 10년물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모기지 우대금리를 더 인하할 예정이다. 또 상환만기가 35년 이하인 장기고정대출 금리가 최근 1.48%로 9개월 최저치를 기록 중인데, 지난해 3월 기록한 1.37%의 사상 최저치를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대출금리 역시 지표금리인 도쿄은행간제시금리(TIBIR)가 2006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져 연동되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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