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통일금융'이 몰락하고 있다.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박근혜정부에서 출시된 통일금융 상품 실적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통일금융 관련 상품 현황 및 실적 <자료=각사> |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2014년 6월경 출시한 통일금융 관련 상품이 출시 이후 반짝 실적을 보이다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통일금융 상품은 대개 해당 예·적금의 이자 일부를 통일기금 등으로 적립, 대북사업이나 통일단체 등에 지원하는 상품이다.
2014년 6월에 우리은행이 출신한 '우리겨레통일정기예금'은 지난 1월말 현재 계좌수 1만2030좌, 잔액 1487억원을 기록 중이다. 이 상품의 최고 실적은 지난해 6월말 5만9491좌, 7977억이었는데, 정기예금 상품이라 보통 1년 만기 이후 예금을 찾아가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열기는 식었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상품의 만기 시점을 감안하더라도 재가입률과 신규 가입률은 미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이 2014년 9월23일 출시한 'NH통일대박 예ㆍ적금' 실적도 지난 1월 기준 4229좌, 28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상품의 판매실적 정점은 2014년말의 4668좌, 289억원이었는데, 신규 가입이나 재가입보다는 해지속도가 더 빠른 상황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출시 이후 3개월 가량 반짝하고 이후 일부 신규 가입이 있긴 하지만, 크게 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6월에 출시한 국민은행의 'KB통일기원적금'도 지난해 11월말 12만4184좌, 3593억원의 정점을 찍은 후 지난 1월말 12만2313좌, 잔액이 3397억원으로 줄은 상태다.
기업은행 관련 상품 'IBK통일대박기원통장'이 가입세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는 적금 상품인 데다 지난해 2월5일에 출시돼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 이후 통일금융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지만, 이후 정책적 뒷받침이 떨어지면서 상품 실적도 반감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초기에 통일금융이 이슈화됐을 때는 가입이 늘었지만, 최근에는 경제쪽으로 이슈가 바뀌면서 관심이 수그러들고 있다"며 "정책적 부분이 따라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에 따라 통일금융이 이명박 정부 때 정책금융상품으로 반짝했다 사라진 '녹색금융'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민간금융기관에서 통일금융이라고 할 게 별로 없다"며 "이벤트로 새로운 상품을 갖고 한 것이지 별로 의미가 있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