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최근 유럽 은행권에서 조건부 자본증권(일명 코코본드·CoCo Bond)발 위기 우려가 힘을 받고 있지만,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가 임박했다는 주장도 제기돼 눈길을 끈다.
저금리 시대 유망한 투자처였던 '코코본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또 한 차례 회오리바람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저가매수 기회 포착에는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뒤따른다.
도이체방크 은행 <사진=블룸버그통신> |
◆ 코코본드의 '베일-인'
코코본드는 바젤3 시행에 따라 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Tier1 자본 인정)과 후순위채(Tier2 자본 인정)를 의미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당시 미국과 유럽에서 은행들을 구제금융하는 데 납세자의 세금이 투입됐던 전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유사시 은행의 손실을 정부 대신 투자자들이 부담(bail-in)하게 돼 있다는 게 특징이며, 유럽 은행들의 자본 확충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독일 최대은행 도이체방크가 내년에 코코본드 이자배당을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유럽 은행들의 코코본드에 대한 불안감이 한층 높아졌다.
독립 크레딧리서치 회사인 크레디트사이트는 지난 8일 "도이체방크는 올해 이익 감소와 비용 증가로 배당 가능한 이익이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내년 코코본드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2분기 연속 당기순손실(80억유로)을 기록했다. 이는 자기자본규제 강화에 따른 투자은행(IB) 부문의 자산가치 하락과 상각, 또 리보 금리와 환율 조작 등 혐의에 따른 대규모 과징금 부과 탓이다. 도이체방크는 신용등급도 BBB등급으로 기타 유럽 은행들보다 낮은 수준이다.
코코본드는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모두 둘 다 심각한 자본훼손이 발생한 경우 상각하거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이 붙어 있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은 심각한 자본훼손이 없더라도 이자(배당) 지급 가능 이익이 없을 경우에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옵션이 추가돼 있다.
크레디트사이트의 분석이 나온 후 도이체방크는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반 폭락했다. 코코본드 시장 유동성도 급감하면서 보장 비용도 급증했다.
도이체방크의 후순위 채권을 5년간 보장하는 신용부도스왑(CDS) 스프레드는 지난해 말 187베이시스 포인트(bp, 1bp = 0.01%)에서 그 2배 이상인 438bp로 상승했다. 이는 4년래 최고 수준이다.
◆ "투자 잘하면 희망 있다"
코코본드 발 위기 우려는 특히 아직도 취약한 유럽 은행권에 연결되어 있으며, 또한 부도 위험이 거의 없다고 해도 이로인해 발생하는 불확실성으로 인한 파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코코본드에 대한 이 같은 우려 속에서도 저가매수 기회를 찾는 투자자들도 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 8일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반 폭락했으나 이틀 후인 10일에 다시 반등했다.
은행 측이 500억유로 규모의 미지불 채권 중 선순위 채권을 되살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 주가 반등을 이끌었다. 은행이 채권을 액면 가치 대비 할인된 가격에 다시 사들일 경우 은행의 자본 이익 창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존 크라이언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 역시 코코본드 쿠폰을 지급할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독일은 은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선순위 또는 예금자까지 손실을 함께 분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탄탄한 재정 여력도 갖추고 있다.
플루리미 인베스트먼트의 패트릭 암스트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도이체방크는 부도를 맞지 않을 것"이라며 "선진국 시장의 코코본드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급락했지만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은행들) 자본 구성(capital structure) 중 어떤 것에 투자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채권에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치명적인' 매력
독립 자산운용사 갬(GAM)의 안토니 스무하 신용 전략가 역시 코코펀드 투자는 조심스럽지만 그냥 지나치기에 수익률이 너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도이체방크 코코본드는 금리가 5%대에서 거래되다가 최고 7.7%까지 급등했다. 스페인 산탄데르와 이탈리아 유니크레딧 은행은 코코본드 금리가 각각 7%, 10%까지 치솟았다.
스무하 전략가는 "일부 코코본드는 수익률이 아주 높기 때문에 현재 급락세가 매수하기에 아주 좋은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코코본드 투자의 위험성을 반드시 고려할 것도 주문했다.
우선 포르투갈과 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로존 주변국들은 독일과 달리 은행이 부도 문제를 일으킬 경우 정부가 뒤를 받쳐줄 재정 여력이 없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은행의 부실채권(NPL) 비율이 각각 16.7%와 12.2%로, 작년 6월 말 기준 유로존 평균(6.8%)보다 크게 높다.
스무하 전략가는 "유럽 은행 중에서도 위기를 겪은 곳이거나 비지니스 모델이 의심스러운 곳에서 발행한 채권은 사지 않겠다"며 "신규 코코본드도 성급하게 매수하기 전에 충분히 분석을 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