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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경고? 침체 아니라 리프라이싱

기사등록 : 2016-02-12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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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시장, 중앙은행 통제 영역 밖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전세계 증시의 도미노 하락이 멈추지 않을 기색이다. 미국 S&P500 지수가 11일(현지시각) 장중 기준으로 연초 이후 11% 떨어진 것을 포함해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기록적인 낙폭을 보이고 있다.

주가 하락이 깊어질수록 투자자들 사이에 이른바 ‘R’의 공포가 고조되는 양상이다. 유가를 포함한 상품 가격과 주가의 동반 급락이 경기 침체(Recession)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에도 엔화가 올들어 6% 이상 뛰었고, 금값이 온스당 1200달러 선을 훌쩍 뛰어넘는 등 자산시장 전반에 걸친 안전자산 선호 심리 역시 침체 우려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출처=블룸버그통신>

하지만 연초 이후 주요 자산 가격의 움직임에 대해 색다른 해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침체의 전조가 아니라 자산시장의 리프라이싱(Repricing)이라는 주장이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글루스킨 셰프 전략가는 위험자산의 급격한 하락이 미국 민간 소비가 탄탄하게 개선되는 가운데 벌어진 상황이라는 데 주목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은 전세계 경제 성장의 촉매제로 통한다. 미국 고용과 소비가 견조한 데다 최근 시간당 임금까지 상승 탄력을 받는 정황은 금융시장이 우려하는 형태의 침체 리스크가 잠재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로젠버그 전략가는 주장했다.

실제로 스포츠화 업체인 아디다스는 지난해 4분기 두 자릿수의 영업 및 매출액 증가를 달성했고, 올해 순이익 및 매출액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로젠버그 전략가는 “침체 여부를 둘러싼 혼란은 투자자들에게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마찬가지”라며 “중앙은행 정책자가 혼란스러워한다면 개인 투자자들은 말할 나위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신용 스프레드의 급상승과 위험자산이 일제히 무너져 내리는 상황은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에 투매가 발생할 때 통상 중앙은행이 이른바 ‘바주카’로 등장, 자산 가격을 돌려 놓았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수위를 더해가고 있지만 자산시장의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은 정책에 대한 신뢰가 꺾인 데 따른 것이라고 로젠버그 전략가는 주장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가시화된 자산 가격 하락이 침체 리스크에서 촉발된 것이 아니라 통화정책이 과거의 기능을 상실한 결과라는 얘기다.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와 이날 스웨덴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인하가 정책 효율성의 저하를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로젠버그 전략가는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09~2014년과 같이 중앙은행이 자산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대대적인 리프라이싱이 전개되고 있고, 중앙은행이 시장의 힘을 능가하는 통제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마이너스 금리보다 훨씬 파격적이고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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