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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온다? 소로스 '재귀성 이론'으로 해석하면

기사등록 : 2016-02-13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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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도화선은 실물경기 아닌 금융시장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1900년대 중반 유대인 대학살의 참극 속에 유년기를 보낸 조지 소로스가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른 데는 재귀성 이론이라는 그만의 독특한 철학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간의 편견이 현실에 반영되고 그렇게 해서 왜곡된 현실이 다시 인간에게 영향을 미쳐 불균형을 일으키는데 그 불균형은 극단적인 수준까지 치닫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 재귀성 이론의 골자다.

불균형을 발견해 내는 안목을 지닌 소로스는 이를 이용해 종종 투자자들을 경악하게 하는 베팅에 나섰고, 이는 천문학적인 수익률로 적중됐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 <출처=블룸버그통신>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와 2차 세계대전 후 최대 경제 침체 역시 재귀성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투자자들의 극심한 공포감이 파생상품 시장을 흔들었고, 시장 지표를 위기의 전조로 받아들인 투자자들은 보다 극단적인 불균형으로 치달았다.

금융시장의 대혼란은 실물경기의 유동성 흐름과 소비 지출 등 곳곳으로 파장을 일으켰고, 경기 침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

리먼 브러더스를 필두로 신용시장에 부실이 없었던 것이 아니지만 소로스가 지적하는 재귀적 현상이 보다 무질서하고 파괴적인 금융시스템 위기를 일으켰다는 주장이 터무니 없지 않다.

연초 이후 전세계 금융시장 전반의 혼란 역시 당시와 같은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투자자들의 우려대로 경기 침체가 현실화된다면 경제 펀더멘털이 아니라 시장 지표가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가와 정크본드 스프레드, 국채 일드커브 등 주요 시장 지표는 이미 침체 신호를 보내고 있다. 투자자와 소비자들이 이를 실제 침체 신호로 받아들일 경우 실물경기가 급랭, 펀더멘털에 흠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코노미스트 사이에 번지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각)을 기준으로 다우존스 지수는 지난해 5월 고점 대비 14.5% 하락했다. 국제 유가는 12년6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6% 선까지 밀렸다.

미국 국채 일드커브는 연일 드러눕는 상황이고, 정크본드 수익률은 파죽지세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0.7%로, 성장 부진이 장기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금융시장의 파열음을 뒷받침할 만큼 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민간 소비가 탄탄하다는 데서 시장 전문가들은 실물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다. 주택과 자동차를 포함해 재량 소비재 지출에서 침체 신호를 엿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고용 역시 개선되고 있고, 시간당 임금이 마침내 상승 탄력을 받는 상황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고, 이에 발목을 잡힌 중앙은행 정책자들이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수위를 더하며 혼란과 불안감을 더욱 부추기는 양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크리시나 구하 에버코어 ISI 이코노미스트는 “정책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의 스트레스를 진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자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마이너스 금리가 은행 주가를 강타했고 이로 인해 은행권의 여신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

금융시장 여건이 소비자 지출과 기업 투자 및 고용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과거 수차례 확인된 사실이며, 주요국 중앙은행의 대응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형태로 치닫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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