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머징마켓의 채권시장이 마비 증세를 보이는 가운데 필리핀 국채 발행에 글로벌 투자 자금이 밀물을 이뤄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20억달러 규모의 25년만기 국채를 3.7%의 금리에 발행했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4.0%를 밑도는 수치인 동시에 사상 최저치에 해당한다. 또 지난해 1월 동일한 만기와 규모로 발행된 국채 수익률 3.95%에 비해서도 낮은 것이다.
필리핀의 대형 쇼핑몰 건설 현장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번 발행은 연초 이후 신흥국의 달러화 표시 국채 발행이 불과 6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4억달러에서 대폭 줄어든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급등락과 경기 침체 우려에 투자자들의 안전 자산 선호가 두드러지지만 옥석 가리기를 통한 고수익률 추구가 여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던칸 필립스 씨티그룹 아시아 신디케이트론 헤드는 “투자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요건을 갖춘 발행자가 적정 시간에 적정 가격을 제시한다면 최악이라 할 만한 여건 속에서도 얼마든지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로부터 BBB 등급으로 평가 받고 있다. 투자자들이 필리핀 국채 ‘사자’에 적극 뛰어든 것은 펀더멘털이 탄탄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4분기 필리핀은 6.3%의 성장률을 달성했다. 이는 전분기 6.1%에서 상승한 동시에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치인 5.9%를 훌쩍 뛰어 넘은 수치다.
S&P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필리핀의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오는 5월 대선을 계기로 정치적, 경제적인 안정을 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이머징마켓 전반의 채권시장은 강한 한파를 내고 있다. 특히 투기등급 채권 발행이 1월 기준으로 5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날 무디스에 따르면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하이일드 본드 발행이 지난달 10억달러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49억달러에서 대폭 줄어든 수치다.
유가를 필두로 상품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진 데다 가까운 시일 안에 추세적인 반등이 어렵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오프’ 심리가 증폭된 결과다.
무디스는 지난달부터 120개 석유 가스 업체와 55개 광산업체를 대상으로 신용등급 재검토에 착수했다.
또 이번주 앵글로 아메리칸의 신용등급을 정크등급에서 3단계 높은 Ba3로 낮춘 한편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