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 수년간 라틴 아메리카에 적극적으로 베팅 했던 사모펀드 업계가 꼼짝 없이 발목을 잡혔다.
브라질을 포함해 주요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현지 통화 가치가 폭락, 사모펀드 업계의 자산 매각이 봉쇄됐다.
관련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펀드 운용 기간을 늘려 잡고 있다. 손실을 감내하면서 발을 빼기보다 최악의 상황이 지나기를 기다리며 버티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최근 1년 사이 브라질 헤알화는 달러화에 대해 26% 폭락했고, 멕시코 페소화의 낙폭도 16%에 달했다. 브라질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는 13% 폭락했다.
라틴 아메리카의 경제가 하강하기 이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던 사모펀드 업계는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주가와 통화 가치가 동반 하락, 이중 타격을 맞았기 때문. 투자를 단행할 당시만 해도 예기치 못했던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 업체들은 관련 펀드의 만기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운용 기간을 1~2년 늘리고 있다. 이 밖에 달리 생각할 수 있는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 솔직한 얘기다.
이 같은 상황은 관련 증시의 기업공개(IPO) 추이에서도 분명하게 확인된다. 지난 2013년 사모펀드 업계의 해당 지역 IPO 규모는 130억달러에 달했으나 2014년 30억달러 아래로 밀린 뒤 지난해까지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IPO는 8건으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액 기준으로도 30억달러에 그쳤고, 2009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칼라일과 어드벤트 등 2013~2014년 집중적으로 라틴 아메리카의 기업 지분 및 그 밖에 자산을 매입했던 사모펀드 업체들이 사면초과에 빠졌다.
라틴 아메리카 사모 벤처 캐피탈 연합(LAVCA)의 케이트 앰브로스 회장은 2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헤알화를 필두로 주요 통화가 투기적인 매도에 따른 폭락을 연출했고, 사모펀드 업계에서 누구도 이 같은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며 “자산 매각이 사실상 막힌 주요 펀드들은 운용 기간을 몇 년씩 늘려 잡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일부 사모펀드 매니저들은 관련 펀드에 자금을 추가로 쏟아 넣고 있다. 몇 년 전 최초 투자에 비해 크게 떨어진 가격으로 해당 자산을 추가 매입, 평균 단가를 낮추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칼라일이 병원 운영 업체 레데 데오르 사오 루이즈의 지분 8.3%를 사들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밖에 일부 업체들은 경기 회복을 겨냥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멕시코의 경우 미국과 실물경기 동조화가 강해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다.
KKR은 멕시코의 에너지 및 인프라 투자를 위해 현지 펀드를 모집하고 있고, 블랙록 역시 인프라 투자 업체를 인수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