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마이너스금리 등에 따라 은행권이 타격을 입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자 블룸버그통신은 관련 소식통을 인용, 통화완화 정책이 은행권에 미칠 영향을 연구중인 ECB 내 위원회가 단계별 예금금리 도입에서부터 과잉 유동성 방지 등 여러 가지 보호 방안들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출처=AP/뉴시스> |
유로존 물가 상승률이 또 다시 마이너스 수준으로 내려가고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도 커지면서 오는 10일 통화정책회의에서 ECB가 추가 완화책을 꺼내 들 것이란 기대가 높다.
ECB가 지난 2014년 중반부터 운영해 온 마이너스 예금금리는 아직까지는 은행 수익성에 직격타를 주지 않고 있지만, 금리가 더 내려갈 경우에는 은행 수익성이 악화돼 기업이나 가계에 대한 대출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최근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도입한 뒤 홍역을 치른 데 따른 것이다.
스레드니들 인베스트먼츠의 EMEA 수석 투자담당자 마크 버제스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극단적 통화정책이 은행권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야 한다"며 "ECB에도 견실한 은행권이 필요하다"고 논평했다.
은행권 보호 방안으로 가장 간단한 방법은 ECB가 현행 마이너스 0.3%인 기준금리를 더 낮추는 동시에, ECB에 예치해 둔 자금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는 경우에만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이중 시스템(two-tier system)을 가동하는 것이다.
이번 논의에 참여한 익명의 관계자는 해당 방안이 스위스중앙은행(SNB) 등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한 중앙은행들이 도입한 것과 비슷한 조치라며, 유로존이 이행하기에 수월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주요 은행의 한 임원은 은행들이 즉각 다중 예금금리 시스템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스템이 어떻게 짜여지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적으로 간단한 또 다른 옵션은 ECB가 현행 600억유로인 월간 채권매입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지만,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과 더불어 이 방안은 대량 유동성 공급을 초래해 마이너스 금리 환경에서 은행 수익성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의 지급준비율에 따른 예금금리를 적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 경우 TLTRO로 인한 초과 현금을 초과 유동성이 아닌 지급준비율로 인식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블룸버그 통신은 이 같은 은행권 보호 방안은 오는 10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최종 거부될 가능성도 남아 있으며 ECB 대변인은 관련 논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현재 금융시장은 이번 ECB 회의에서 최소 10bp(1bp=0.01%포인트) 추가 금리 인하를 점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