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 회사채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번지면서 회사채가 매입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점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ECB의 회사채 매입 가능성에 적극 베팅, 우량 회사채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최근 커버드본드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에 발행되는 등 채권시장의 매수 열풍이 이 같은 관측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출처=AP/뉴시스> |
9일(현지시각)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유로존 투자등급 회사채와 국채의 수익률 스프레드가 최근 평균 1.50%포인트로 떨어졌다.
스프레드는 지난 2월 1.67%포인트를 기록해 3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뒤 뚜렷한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투자은행(IB)은 스프레드 하락이 ECB의 회사채 매입 가능성을 염두에 둔 ‘사자’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IB 업체들 사이에 구체적인 추정치가 제시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JP모간은 ECB가 금융시장의 왜곡을 초래하지 않고 월 120억유로 규모의 회사채를 사들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ECB의 회사채 매입 규모가 총 5500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을 뿐 이를 당장 시행할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ECB의 매입 대상에 포함될 여지가 높은 개별 기업도 거론되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유로존 회원국 정부가 지분을 전량 또는 일부 보유한 31개 기업의 회사채를 ECB의 잠재적인 매입 대상으로 가려냈다.
여기에는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 그룹과 자동차 업체 르노, 전력회사 일렉트리시트 데 프랑스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 IB 업체들 사이에 이탈리아 정부가 25.5%의 지분을 보유한 에너지 업체 에넬도 ECB의 잠재적인 매입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회의적인 의견도 없지 않다. 골드만 삭스는 ECB가 매입할 수 있는 독일 국채 물량이 앞으로 10~12개월 사이에 한도를 채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회사채로 확대하기보다 QE 규정을 수정해 국채 매입 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탕기 르 소트 파이오니어 인베스트먼트 유럽 채권 헤드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가라앉는 상황에 ECB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지극히 제한적”이라며 “ECB가 전격적인 회사채 매입에 나서는 ‘서프라이즈’는 투자자 입장에서 리스크 요인에 해당하며, 이를 감안해 선순위 우량 회사채를 최근 매입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