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 주요국을 필두로 일본까지 확산된 마이너스 금리가 지금까지 주식시장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금리 하락이 위험자산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한편 통화 가치 하락을 통해 수출 기업의 수익성 향상 및 주가 상승의 선순환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정책자들의 계산과 어긋나는 결과다.
일본 금융시세판을 지나는 행인 <출처=AP/뉴시스> |
14일(현지시각) 씨티그룹이 개발한 이른바 NIRP(Negative Interest Rate Policy) 주가 지수 및 외환 지수에 따르면 마이너스 금리가 외환시장을 거쳐 주식시장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수는 유로존과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등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국가의 금리와 주가, 통화 가치의 역학 관계를 추종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NIRP 주가 지수는 시가총액 가중평균 방식으로 집계되며, 외환지수는 무역가중 환율을 근간으로 산출된다.
두 가지 지수의 움직임을 종합한 결과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한 국가의 주식시장은 통화정책에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외환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결과는 부정적이다. 극단적인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결론적으로 주식시장에 하락 압박을 가한 것으로 드러난 것.
지수 추이에서 나타난 결과를 근간으로 씨티그룹은 지난 1월 전격적인 마이너스 금리 시행에도 불구, 최근 일본 증시의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춰 잡았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마이너스 금리가 해당 국가의 통화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데 성공적인 효과를 거뒀다면 주식시장이 적어도 현지 통화 기준으로 상승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마이너스 금리에도 통화 가치가 상승했고, 이로 인해 주식시장이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는 채권시장 전반에 걸쳐 상당 기간 광범위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씨티그룹은 내다봤다.
마이너스 금리가 주식시장에 악재라는 주장은 월가의 다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제프리 클라인톱 찰스 슈왑 글로벌 투자 전략가는 배런스에 낸 기고문에서 비전통적 통화 정책이 주식시장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진국 주식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영향권에 속하는 상황. 이는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는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이 클라인톱 전략가의 판단이다.
지난 수년간 선진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및 통화완화 정책은 주식시장을 끌어올리는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지만 마이너스 금리는 의도와 달리 오히려 리스크 요인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클라인스톱 전략가는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초과 지급준비금에 부과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은행권이 대출 금리를 인상할 여지가 높고, 이로 인해 정책자들의 의도와 달리 유동성 공급 및 실물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 심리 및 주식시장의 침체를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