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 물가가 오를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의 성장률 제고 가도에 '파란불'이 켜질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물가 상승이 오히려 수요 위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1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지난달 11일 연저점을 찍은 뒤 지난 14일까지 40% 안팎 오르고 있다.
두바이유가 36.8% 상승했고, 브렌트유는 31.5%, 서부 텍사스유는 41.9% 올랐다.
국제유가 동향. <자료=한국석유공사> |
유가가 오르면서 자연스레 물가도 오르는 모습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3% 오르며 두 달 만에 1%대 상승률을 회복했다. 전월 대비로는 0.5% 올랐다.
지난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에서도 2016년 2월 수출물가 및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각각 0.8%, 1.6% 상승했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작년에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기준으로 계속 0%대 찍었는데 올해 다시 0%대로 고꾸라질 가능성은 적다"며 "유가가 바닥을 찍었다고 보는데, 올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초중반에서 오르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물가가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성장률 제고에 목마른 정부 입장에선 한숨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연말,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상성장률을 관리하겠다며, 물가 관리에 들어갈 것임을 밝힌 바 있다.
경상성장률이란 실질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값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7%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저물가 상태가 계속되면서 체감성장률이 떨어지자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로 한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 등락률 추이. <자료=통계청> |
하지만 최근의 유가 상승과 그에 따른 물가 상승세만으론 뭔가 큰 기대를 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유가가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연초 이후 워낙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반등하고 있는 양상이라 연간으로 보면 많이 오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한 달여 많이 오르긴 했지만, 지난해 연말 대비 국제유가는 두바이유와 브렌트유 그리고 서부 텍사스유가 각각 10.9%, 6.0%, 0.4% 상승한 수준이다.
김두언 연구위원은 "경제 영향을 얘기하기에 한 달은 좀 짧다"며 "상승세가 맞긴 하지만, 지금 단정적으로 얘기하기엔 대외 경제 여건 등 많은 가정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물가 상승이 수요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세계 경기 둔화로 수요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만 비싸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가 계속 낮은 것보다는 디플레 우려 등의 측면에선 나을 수도 있다"면서도 "물가가 올라간 것이 수요가 살아나서 올라간 게 아니라 농산물 가격 등 공급 측면에서 올라간 측면이 크다고 하면, 그건 오히려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비용 측면에서 물가가 올라간다고 하면, 성장이나 수요 측면에선 더 안 좋을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유수영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긍정적이냐 아니냐 평가할 상황은 아닐 것 같고, 국내 파급 효과는 다음 달 숫자를 좀 봐야 할 것 같다"며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을 텐데, 적정 물가 수준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