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절반 가량이 위법하거나 불합리한 내용이 담긴 단체협약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오는 4월부터 위법하거나 불합리한 단체 협약 개선 지도에 들어갈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28일 100명 이상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단체협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최근 청년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12.5%에 달하는 등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소위 '고용세습'으로 비판받는 '우선·특별채용'조항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단체협약 실태조사 결과 조사대상 2769개 중 위법한 내용을 포함한 단체협약은 1165개(42.1%), 인사·경영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한 단체협약은 368개(13.3%)로 나타났다. 위법하거나 불합리한 내용을 하나라도 포함한 단체협약은 1302개(47%)였다.
단체협약 위반현황.<자료=고용노동부> |
위반 내용별로는 유일교섭단체(801개, 28.9%), 우선·특별채용(694개, 25.1%), 노조 운영비 원조(254개, 9.2%) 등이 많았다.
위반율은 상급단체의 경우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이 47.3%(355개), 규모별로는 300~999명 사업장이 47.0%(331개)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고용 경직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우선·특별채용과 인사·경영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내용이 있는 단체협약의 비율은 각각 민주노총 사업장과 1000명 이상 사업장에서 가장 높았다.
고용부는 이 같은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우선·특별채용, 노조 운영비 원조, 과도한 인사·경영권 제한 규정 등 위법·불합리한 사항에 대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시정기회를 부여할 방침이다.
만약 특별채용 등 위법사항에 대해 자율적으로 개선하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 의결을 얻어 시정명령을 하고, 시정명령 불이행시 사법조치 등 강력 대응할 계획이다.
아울러 인사·경영권 제한 등 불합리한 사항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사업장 방문, 간담회 등 다양한 현장지도를 통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인사·경영권에 대한 과도한 제약은 환경변화에 따른 기업의 적응력과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정규직 채용 기피와 비정규직·사내하청 확대 등 고용구조의 왜곡을 초래한다"며 "위법하고 불합리한 단체협약을 개선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청년 채용 확대 및 대·중소기업 상생의 길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