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1분기 성장률 전망치가 대폭 하향 조정됐다.
저유가에도 소비자 지출이 살아나지 않는 데다 무역적자가 예상보다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월가 투자은행(IB)이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깎아 내렸다.
지난해 4분기 1.4% 성장한 미국 경제가 올해 1분기 최악의 경우 0.6%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28일(현지시각)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월가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수정했다. 이는 2%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당초 전망에서 크게 후퇴한 수치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 성장률이 0.9%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식품 코너에서 장 보는 소비자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와 별도로 마켓워치가 실시한 서베이에서도 월가 애널리스트의 1분기 성장률 전망치가 2.3%에서 1.5%로 하향 조정됐다.
앰허스트 피어포인트 증권은 이날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5%에서 0.6%로 낮춰 잡았다. 이른바 ‘쇼크’에 해당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모간 스탠리 역시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0.6%로 하향 조정했고,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는 1.5%에서 1.0%로 내렸다.
금융업계의 전망이 크게 흐려진 것은 소비 지출이 게걸음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 급락과 고용 지표 향상에도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가 점화되지 않고 있다.
이날 상무부가 발표한 2월 개인 소비 지출은 전월에 비해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1월 증가폭도 0.5%에서 0.1%로 하향 조정됐다. 또 지난달 개인 소득은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번 겨울 기온이 온화했기 때문에 민간 소비 부진이 강추위나 폭설 등 악천후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앰허스트의 스티븐 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와 인터뷰를 통해 “오늘 아침 1분기 성장률에 사망 진단이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다이앤 스웡크 DS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은 아니지만 적잖게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1.3%에서 1.0%로 내렸다”고 전했다.
고용 지표의 지속적인 개선과 휘발유 가격 하락, 여기에 연초 폭락했던 주식시장의 상승 반전까지 민간 소비를 부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지만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자 업계 이코노미스트는 실망스럽다는 표정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최근까지 고조됐던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지난달 소비자들의 지출에 제동을 걸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지표 부진과 1분기 성장률 전망 하향으로 인해 달러화가 내림세를 나타냈다. 장 초반 7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였던 달러는 장중 하락 반전,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가 장중 한 때 0.5% 가량 떨어졌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