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에 공격 베팅했던 월가 투자자들이 쓴맛을 봤다.
최근 6주 사이 2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이 CBOE 변동성 지수(VIX)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채권(ETN)으로 유입,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운 가운데 같은 기간 VIX가 52% 폭락하면서 1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것.
소위 마켓타이밍이 빗맞은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달러 <출처=블룸버그통신> |
4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최근 6주 사이 VIX 상승에 베팅하는 ETN에 20억달러의 자금이 밀려들었다. S&P500 지수의 변동성 상승을 점친 트레이더들이 뭉칫돈을 투입한 것.
이 때문에 관련 상품의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자산 규모 1위인 아이패스의 S&P500 VIX숏텀 퓨처스 ETN의 일평균 거래 규모가 올해 8000만건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평균치인 5700만건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뉴욕증시는 강한 상승 랠리를 펼치며 시가총액이 1조5000억달러 불어났고, VIX는 예상과 달리 52% 폭락했다. 이에 따라 ETN 신규 자금에서 발생한 손실액이 1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ETN은 주로 초단기 매매에 집중하는 트레이더들이 반대매매나 손실 헤지 차원에서 동원하는 거래 기법이다.
S&P500 지수는 2월 중순 이후 13% 랠리하며, 연초 11%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락으로 한 해를 시작한 뒤 급반전을 이뤘다. 또 지수는 3월에만 6.6%의 오름세를 나타내 월간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상승 기록을 세웠다.
주가 상승에도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여전했고, 주가 하락 반전은 물론이고 경기 침체 경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트레이어들의 VIX 상승 베팅을 부채질했다.
적극적인 변동성 상승 베팅 이외에 주식을 매입하는 투자자들 사이에 손실 헤지를 위한 ETN 매입 물량이 상당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특히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리스크 경고에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블랙록은 자사 웹사이트에 변동성 상승을 강하게 점쳤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 매입에 따라 변동성에 브레이크가 걸려 있었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주식형 뮤추얼 펀드에서 올들어 사상 최대치에 가까운 자금이 유출했고, 이 역시 비관적인 투자심리를 반영하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팀버 힐의 스티브 소스닉 주식 리스크 매니저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최근 증시 흐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비일비재하다”며 “군중심리가 빗맞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특히 역발상에 입각한 경우 적중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블랙록은 여전히 변동성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리처드 터닐 블랙록 글로벌 최고투자전략가는 “통화정책 방향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리스크가 결국 변동성을 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