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프라이빗 뱅커(PB Private Banker)는 더 많은 거액자산가를 고객으로 붙잡아 두는 게 최우선 과제다. 하지만 보수적이면서도 욕심 많은 고액자산가의 성향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 수익률만 보고 고위험 상품을 추천했다가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면 고객은 여지없이 돌아선다. 그렇다고 무조건 위험한 상품을 제외하면 수익률 경쟁에서 밀린다.
"PB는 수익률로 말해야 합니다. 수익률이 좋아지면 관계도 좋아집니다. 정(情)으로요? 수익률이 마이너스(-) 20%를 기록해도 그 관계가 유지될까요?"
송승영 하나은행 PB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송승영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 부장은 각 은행의 에이스 PB들이 투입된다는 압구정 일대에서 5년째 롱런하고 있다.
다른 PB들과 마찬가지로 고객과 함께 빌딩을 보러 다니고 집안 경조사를 챙기지만, 수익률 싸움에서 결코 밀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렇다면 그가 주로 권하는 상품은 무엇일까. 지금과 같은 박스장에서는 노낙인(No Knock-In) 주가연계증권(ELS)이 유효하다고 본다. 배리어가 80%인 상품이면 5% 정도 수익이 나온다는 것이다.
대신 위험성이 높은 낙인 ELS는 배제한다. "낙인 상품은 수익률이 10%까지도 나옵니다. 하지만 안 권하죠. 보장이 안 되니까요. 제 판단에 낙인 ELS가 터질 확률은 최소 30~40%입니다"
브라질 국채로 대표되는 신흥국 채권도 송 부장이 기피하는 종목이다. 금리가 연 10%에 달하고 세제혜택까지 있지만 그가 볼 때 브라질 국채는 매력이 떨어진다.
"5년 전에 좋다고 해서 들어간 분들, 지금 반토막 났죠. 이후 '이제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며 투자한 분들도 지금 마이너스 30%입니다. 또 다시 브라질 국채로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없다고 보시나요? 그 가능성이 10%만 되도 저는 투자 안 합니다"
유행이라고 덜컥 고객에게 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브라질국채, 에너지 개발 인프라에 투자하는 MLP펀드, 물펀드 등 업계 바람몰이가 심했던 상품들이 지난해 시련을 겪었지만 그의 고객들은 칼바람을 피해갈 수 있었다.
듣기에 그럴듯할 뿐 실속 없는 상품들도 철저하게 발라낸다. 그가 보기에 '금리+α'를 외치는 채권혼합형 펀드도 그 중 하나다.
"채권혼합의 경우 주식에 30% 정도 투자하기 때문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또 채권금리 자체가 너무 낮다. 1%대 금리를 먹자고,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송승영 하나은행 PB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그렇다고 마냥 쥐꼬리만한 수익률을 제시할 수도 없다. 그의 대안은 무엇일까.
국내에선 롱숏펀드를 추천했다. 1900~2000선에서 움직이는 '박스피' 장세를 이용하라는 조언이다.
"2월 12일 코스닥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때, 코스피가 1830대까지 내려갔다. 그 때 우리나라 망하나 했지만 한 달 만에 2000을 다시 찍었다. 그렇다고 2000을 쉽게 뚫고 올라가지도 못한다. 펀드 환매 때문이다."
해외 쪽으로 눈을 돌리면, 선진국 소비재 쪽이 안전하다고 본다. "소비재는 경기방어적 성격이 강하다. 경기가 어려워도 사람들이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그는 가치투자의 원칙을 고수한다. 그리고 과욕을 부리지 않는 것은 투자 뿐 아니라 영업에서도 마찬가지다.
PB로서의 롱런 비결에 대해 "고객의 자산을 관리한다는 것은 나를 믿어준다는 것이다. 그에 보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그러다보면 고객이 만족하고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그는 답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