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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백현지 기자] KB투자증권이 향후 현대증권과의 합병때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병행한 방식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KB투자증권 실적이 향상되는 상황에서 미래성장성(수익가치)을 높게 반영, 합병비율을 KB측에 유리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양사 합병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합병시 활용가능한 3가지 시나리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상장사와 비상장사 합병시 사용되는 방식은 크게 3가지 정도다. 주가, 순자산가치, 본질가치(자산+수익가치)에 따른 산정이다.
비상장사인 KB투자증권을 비슷한 규모의 증권사 주가를 적용해 현대증권과 합병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현재 현대증권 주가순자산배율(PBR)이 0.6배 가량이지만 자기자본 6000억원대 KB투자증권과 비슷한 규모 중형증권사의 PBR은 유진투자증권이 0.4배, 동부증권은 0.3배에도 못미친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KB투자증권으로선 상당히 불리한 셈법이 된다.
순자산가치로 합병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현대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은 23조7791억원, 부채는 20조4771억원. KB투자증권의 자산과 부채는 각각 6조1179억원, 5조4952억원에 그친다. 양사 격차가 워낙 커 KB측에 불리하다.
이에 시장에선 자산가치·수익가치를 병행하는 방식이 채택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증권거래법 시행령 시행규칙에 따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각각 1과 1.5의 비율로 가중산술평균한 가액으로 가치를 매길 수 있다. 여기서 수익가치는 합병신고서를 제출하는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와 그 다음 사업연도의 추정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증권사 한 M&A 실무자는 "순자산가치로 양사 가치를 비교하는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겠지만 전략적으로 KB투자증권의 밸류에이션을 높이기 위해선 본질가치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수익가치는 미래 성장성을 포함해 계산하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올해 실적이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KB투자증권은 작년 실적이 좋았는데 지난해 30% 성장했다면 올해는 그 이상 성장가능성이 있어야 수익가치를 높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B투자증권은 KB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지난해 영업이익과 지배주주순익은 각각 631억, 472억원으로 전년대비 59%, 107%씩 성장했다. 같은 기간 현대증권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17.7%다. 최근 KB투자증권이 상반기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전언도 나온다.
◆ 수익가치 적용시 소액주주 반발 가능
앞서 비슷한 사례가 메리츠종금증권과 아이엠투자증권 합병이다. 당시 메리츠종금증권은 상장사였고 피합병법인인 아이엠투자증권은 비상장이었다.
이때에도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1: 1.5의 비율로 적용해 합병비율은 메리츠종금증권과 아이엠투자증권이 1대 1.5184534였다.
당시 메리츠종금증권은 합병가액은 기준주가가 자산가치보다 높아 기준주가로 합병비율을 산출했다고 밝혔다. 즉, 아이엠투자증권에 보수적 가치를 적용한 셈이다.
다만 KB투자증권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가치가 적용될 경우 소액주주 반발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KB금융이 이번에 인수한 현대증권 지분은 현대상선 보유 22.56%에 불과해 소액주주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인수한 지분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52%로 높았던 점, 아이엠투자증권이 비상장이었다는 점도 다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 투트랙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KB투자증권을 실적을 끌어올려 높은 성장 프리미엄을 얹겠다는 계획일 수 있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한편, KB금융지주는 지난 12일 현대증권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한 이후 인수 후 통합(PMI) 기획단을 구성하는 등 양사 합병작업에 본격 들어선 상태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