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이번 주 개최되는 유럽중앙은행(ECB) 정책회의에서 직접적인 추가 완화 조치는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대신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강력한 추가 완화 의지를 시사하는 식으로 지난달 강력한 완화정책 결정을 해놓고도 무색해진 분위기 전환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ECB는 지난달 예금금리를 마이너스 0.4%로 내리고 기준금리도 0.00%로 인하하는 동시에 월간 자산매입 규모도 기존 600억유로에서 800억유로로 대폭 늘렸다. 게다가 중장기 자금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마이너스금리로 조달을 가능하게 하고, 자산매입 대상에 위험자산까지 포함하는 등 사실상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들을 꺼내놓았다.
하지만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드라기 총재가 "추가 금리인하는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앞서 부양책으로 끌어 올렸던 시장 분위기를 일순간에 반전시켜 버렸다.
◆ '슈퍼 마리오', 유연한 화법이 필요해
기대를 뛰어 넘는 파격적인 완화 조치들을 제시했음에도 유로존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실망스러운 수준으로 낮은 상태이며 3월 회의 직전 1.099달러 수준이던 유로화 환율은 최근 1.1379달러까지 오르며 작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ECB 완화정책에 대한 평가도 실망스러운 수준으로, 1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개한 서베이에서 유럽 은행들은 89%가 지난 6개월 동안 대출 규모에 변화가 없었다고 밝혔고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대출 확대에 "다소" 기여했다는 응답은 7%에 그쳤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출처=AP/뉴시스> |
지지부진한 정책 효과를 끌어 올리는 것이 어느 때보다 시급해졌지만 오는 21일 있을 회의에서 ECB는 기존 정책을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월가 금융매체 '마켓워치'는 투자자들이 드라기 총재의 기자회견에 더 많은 관심을 쏟을 전망이며 드라기가 아무래도 추가 완화 전망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뉘앙스를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스케방크의 분석가들은 "정책 금리가 장기간 현 수준 또는 그보다 낮게 유지될 것"이라는 선제적 안내(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드라기 총재가 추가 완화 가능성을 다시 열어둘 것 같다고 예상했다.
3월 ECB 의사록에서도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가능성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이 확인된만큼, 이번 회의에서 금리 전망이 낮아져도 '서프라이즈'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이들은 분석했다.
ECB 의사록은 "급격한 금리 인하도 고려하고 있다"며 물가 안정에 대한 전망이 확실시될 경우 추가 금리 인하 전망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정책이사들의 견해를 전했다.
RBC캐피탈마키츠의 분석가들 역시 금융시장이 금리와 관련된 ECB의 기존 전망 후퇴를 점치기 시작했다며, 드라기가 종전 성명에서 보여줬던 금리 전망을 (추가 완화 쪽으로) 약화시킨다 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다만 ECB의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만만치 않은 만큼, 드라기가 균형점을 잘 찾아야 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날 UBS의 악셀 베버 회장은 금융 시스템이 마이너스 금리를 제대로 감당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며 "소비자와 예금자의 행동을 완전히 바꿔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 ECB 추가 완화 언제 어떻게?
애널리스트들은 ECB가 최근 제시한 완화정책들의 효과를 좀 더 지켜보길 원할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하 결정은 올 여름까지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점쳤다.
ECB 추가 금리 인하 시점에 관한 블룸버그 서베이 <출처=블룸버그> |
블룸버그통신이 47명의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서 다음 금리 인하 시점은 9월8일 통화정책회의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응답자들의 60%는 추가 완화가 조치가 더 나올 것이라고 답했으며, 이번 회의에서 추가 부양 옵션이 나올 것이란 응답은 없었다.
추가 완화를 점친 응답자들은 5개월 안에 신규 부양조치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으며, 한 명을 제외하고는 ECB가 QE 시행 기간을 내년 3월 말 이후로 연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응답자 36%는 예금금리가 현행 마이너스 0.4%보다 더 내릴 것으로 점쳤고, 응답자 4분의 1은 드라기가 월간 자산매입 규모를 800억유로 이상으로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