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유리 기자] SK주식회사 C&C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교보생명의 차세대 시스템 수주에서 멀어지면서 소송 검토라는 강수를 뒀지만 교보생명이 기술력을 꼬집으며 맞서고 있어서다. 양측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과 결렬 이유에 대해 공방을 주고 받으며 탐색전을 이어가고 있다.
22일 정보기술(IT) 서비스 업계에 따르면 SK주식회사 C&C는 교보생명에 대한 가처분 소송을 검토 중이다. 이르면 이번주 안에 소송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었으나 법리적인 검토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11월 2500억원 규모의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SK주식회사 C&C와 LG CNS가 경쟁한 결과 SK주식회사 C&C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지난 19일 교보생명이 우선협상 결렬을 통보했다. 교보생명의 결정에 반발한 SK주식회사 C&C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SK주식회사 C&C 관계자는 "차순위협상 대상자인 LG CNS와 협상을 시작하고 계약할 수 있기 때문에 늦어지면 사실 좋을 게 없다"면서도 "법리적 검토나 내부 논의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CI=SK주식회사 C&C> |
강수를 꺼내들었지만 선뜻 두지 못하는 것은 교보생명이 강하게 반발하면서다. 교보생명은 SK주식회사 C&C가 지적한 협상 과정의 문제에 대해 "탈락 업체의 하소연"이라고 선을 그었다. 협상 결렬 이유가 부당하다는 SK주식회사 C&C의 주장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MDD 기술 적용은 SK주식회사 C&C가 먼저 제안한 것"이라며 "본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제안한 기술을 시연했는데 원하는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개발 방식의 하나인 MDD 기술을 제안한 적이 없고, 기술 시연도 없었다는 SK주식회사 C&C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
SK주식회사 C&C 관계자는 "LG CNS가 보유하고 있는 MDD 방식을 제안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많은 인력을 투입해 준비한 것인데 갑자기 들러리가 된 모양새"라고 토로했다.
향후 금융권 차세대 시스템 사업에 미칠 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교보생명, 교보증권 등 교보그룹 계열사와 관계가 악화될 수 있어서다. 2010년에도 교보증권 차세대 시스템 우선협상대상자로 SK주식회사 C&C가 선정됐으나 최종 계약은 LG CNS에 돌아간 적이 있다.
하반기 대규모 수주 경쟁을 앞두고 있는 것도 SK주식회사 C&C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 있다. 2000억원 규모로 알려진 산업은행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이어 KB국민은행, BC카드, 흥국생명도 올해 발주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 프로젝트는 규모 자체도 크고 생명 쪽 발주가 잘 나오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중요한 사업"이라며 "우선협상 결렬은 언제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인데 갈등을 키우면 업계의 시각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