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까지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함에 따라 회사채 투자자들이 또 한번 충격에 빠졌다. 이미 한진해운 회사채 값이 반토막 난 데다 향후 채무조정에서 추가적인 출혈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2일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계획을 발표한 한진해운의 미상환 회사채 규모는 총 1조7504억원이다.
자율협약 신청 발표에 따라 잔존만기가 1년(만기 내년 5월23일)인 한진해운의 회사채는 전날 대비 21.0% 급락한 581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미 전날 27.1% 급락해 이틀만에 42% 하락한 것.
만기가 2017년 6월 7일인 회사채도 원금 1만원짜리가 4월 초에는 9000원대에 거래됐지만 지난 22일 5051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진해운도 자율협약 신청시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회사채 값이 반토막 난 것이다.
채권단 자율협약이 시작되면 한진해운 회사채 투자자들도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채무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회사채 발행잔액은 총 3조4851억원 규모다.
한 회사채 전문가는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을 받아들이는 조건은 현대상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용선료 인하와 함께 사채권자의 채무조정을 전제로 한 조건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채가 반값으로 부러졌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잔여재산에 대한 청구권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여 사채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채무조정에 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공모사채 7283억원과 관련해서는 개인투자자들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채 투자자들이 추가 손실이 불을 보듯 명확해 보이는 대목이다. 현대상선의 경우 용선료 협상결과를 반영해 이르면 5월 중 채무조정을 위한 사채권자집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 4월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투자자들로 구성된 사채권자집회에서는 해당 회사채의 기한연장이 부결된 바 있지만 5월에 개최되는 집회에서는 채무조정안이 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의 채권금융기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진해운도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오랜 불황을 겪어왔기 때문에 공모사채에 대해 배분될 만한 회사 자산은 거의 없다고 보면 틀리지 않다"며 "이런 맥락에서 채무조정에 적극 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같이 회사채 투자자들의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진해운의 오너와 대주주들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문제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신청을 발표하기에 앞서 지난 21일 한진해운 전 회장으로 특수관계자이던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일가는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전량을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과 그의 두 자녀 조유경·조유홍씨가 보유한 한진해운 보유주식 96만7927주(0.39%) 전량을 지난 6~20일까지 총 18차례에 걸쳐 전량 매각한 것이다.
이와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손실회피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