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두 번째 긴축 시기에 대한 힌트가 제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회의가 깔끔한 ‘뒷맛’을 남기지 못했다.
이틀간의 회의를 마친 연준은 회의 성명서에서 해외 변수의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의 수위를 낮춘 동시에 국내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닫은 것은 아니지만 통화정책 정상화에 느긋한 입장을 취해 결국 투자자들이 원했던 ‘힌트’를 내놓지 않았다는 평가다.
연준 회의 현장 <출처=블룸버그통신> |
하지만 투자자들은 기존의 예상보다 더딘 긴축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이 예상하는 추가 금리인상 시기는 9월로 좁혀졌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가 집계한 데이터에서는 6월 금리인상 전망이 이날 연준 회의 결과 발표 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32%를 기록한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성명서 발표 직후 19%까지 떨어진 뒤 완만하게 상승해 23%까지 회복했다. 7월 가능성 역시 46%에서 39%로 떨어졌고, 9월 수치도 59%에서 54%로 내렸다.
연준은 지난 3월 회의 성명서에서 제시했던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 여건이 지속적인 리스크 요인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면밀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표현으로 대체했다.
이를 근거로 WSJ은 연준이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을 제시했으나 투자자들은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더욱 느려질 것으로 점치는 모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연준이 사실상 명확한 가이드를 제시하지 않은 셈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조나단 릭 크레딧 아그리콜 전략가는 WSJ와 인터뷰에서 “연준 성명서는 매우 균형 잡힌 어조로 작성됐다”며 “지난달 성명서에서 일부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문구를 고르게 삭제해 두 번째 긴축 시기에 대한 결론을 가늠하기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커먼웰스 포린 익스체인지도 회의 후 투자자 보고서를 통해 연준이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동시에 소비자 지출을 포함한 일부 경제 지표의 둔화에 대한 경계감을 동시에 드러냈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연준이 1990년대 후반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굼뜬 정책 행보로 향후 긴축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을 오히려 높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씨티 프라이빗 뱅크의 스티븐 와이팅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연준의 비둘기파 행보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뒤로 미룰 뿐이며, 오히려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1990년대 후반의 온건한 정책이 2001년과 2002년 닷컴 버블 붕괴를 초래했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연준 회의 결과 발표 후 뉴욕증시는 완만하게 상승, 다우존스 지수가 장 후반 0.5% 내외로 올랐고 달러 인덱스는 일시적으로 상승한 뒤 약보합으로 밀렸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