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 증시가 올들어 가파르게 하락, 지난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가운데 기업공개(IPO) 시장도 한파를 일으키고 있다.
올들어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 종목의 대다수가 공모가를 밑도는 실정이며, IPO 이후 두 자릿수의 주가 하락을 기록한 종목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유럽의 IPO 규모는 62억유로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수치인 188억유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결과다.
유로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주가 움직임도 저조하다. 스페인의 피자 배달 업체 텔레피자가 지난주 상장 이후 23% 폭락했고, 독일 풍력 에너지 업체 센비온을 포함해 시장의 관심을 끌었던 IPO 종목의 대다수가 가파르게 떨어졌다.
이는 증시 전반의 하락 추이와 무관하지 않다.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600은 연초 이후 9%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 뛰었던 것과 크게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상황은 미국과 크게 엇갈린다.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들어 뉴욕증시에 상장한 IPO 종목은 평균 13%을 수익률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신규 상장 종목이 평균 9.6% 하락한 뒤 강한 반전을 이룬 셈이다.
연초 투자자들 사이에 유럽 IPO 시장이 수익률과 규모 측면에서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지만 실제 상황은 뚜렷하게 상반되는 실정이다.
주식시장 전반의 약세 흐름 이외에 이른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리스크와 상장 기업의 펀더멘털 문제가 유럽 IPO 시장을 강타한 요인으로 꼽힌다.
니콜라스 멜루시 아문디 자산매니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경험이 있는 투자자라면 유럽의 IPO 종목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며 “상당수의 신규 상장 기업들이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과 강한 수익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IPO 종목을 매입한 투자자들뿐 아니라 투자은행(IB) 업계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시장 한파로 인해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UBS의 1분기 투자은행 부문 수수료 수입이 39%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고, 도이체방크와 바클레이즈의 기업금융 및 투자은행 수수료 수입 역시 각각 15%와 12%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IB 업계의 고위 경영자들은 수수료 수입 측면에서 올해 수익성이 크게 꺾일 것으로 예상하고, 특히 IPO 부문의 수입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