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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성수 기자] 미국 첨단기술(테크)기업이 지난 2000년 정보화기술(IT) 거품(버블) 붕괴 때처럼 거품이 꺼지기 일보직전이라는 소식이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미국 유력 경제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미국 벤처 캐피탈 펀드가 지난 1분기에 조달한 자금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신규(스타트업) 업체들은 이미 자금조달 통로가 고갈되고 있다는 사실이 '테크 버블(Tech Bubble)' 징후라고 전했다.
미국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의 키스 라보이스 부회장은 "벤처 캐피탈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것이 이미 약세장을 알려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그는 "벤처 자금이 들어오는 것은 투자로 돈을 벌려는 목적이 아니라, 거품을 유발한 다음 꺼지기 전에 털고 나오기 위한 것"이라며 "이미 일부 스타트업에서는 이와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회사인 벤치마크의 빌 걸리는 일부 회사에서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약속을 하면서 높은 밸류에이션에 자금을 조달하고 있고, 그 결과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하락하는 피해를 가져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WSJ와의 인터뷰에서 스타트업들의 몸값이 몇 년째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운데 IT 분야 비상장사에 투자할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 이미 '균열' 발생… 감원, CEO교체 등
이미 일부 기업에서는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탱고미(TangoMe)라는 메세지 애플리케이션(앱)과 카밤(Kabam)이라는 모바일 게임 회사 등은 모두 평가액이 10억달러 이상이지만 지난 수개월간 감원을 실시했다. 또 다우존스 벤처소스에 따르면 미국 기업 중 평가액이 10억달러 이상인 기업 88곳 중에서 9곳은 지난 수개월 동안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는 사태가 일어났다.
모바일 분석 툴 전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믹스패널'은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을 견디기 위해 지출 축소와 감원을 실시하고 있다. 믹스패널은 지난 1월에 직원의 10%인 18명을 해고했었다.
믹스패널의 수헤일 도시 최고경영자(CEO)는 "투자 자금으로 조달한 7700만달러의 90%가 그대로 은행에 예치돼 있다"며 "현재의 비용 절감을 지속할 경우 10년 넘게 추가 자본조달이 필요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믹스패널은 예치해둔 자금이라도 있지만, 대다수 스타트업 기업들은 이미 자금 고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가액이 10억달러를 넘어선 비상장 업체들 중 최소 145곳은 기업 간부들이 신규 채용을 늘리는 등 외적 성장을 위해 지출을 늘린 결과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 이를 타개하려는 기업들은 비용을 극적으로 줄이거나 아주 불리한 조건에 추가 자금을 모집해야 한다.
미국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는 현재 평가액이 625억달러로 미국의 비상장 테크 기업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크지만, 중국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대규모 지출을 감행해왔기 때문에 유동성 우려가 없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WSJ는 "만약 우버마저 회사 경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신호가 포착될 경우에는 다른 테크 기업들에 대해서도 충격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보이스 부회장은 "높은 창업비용이 들었던 기업들이 피해를 겪으면서 위험도가 높은 주식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전반에 충격이 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