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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전민준 기자] 철강사들이 조선사의 계속된 후판 가격 인하 요구에 공급물량 축소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10일 철강 및 조선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사들은 이달 중순부터 조선용 후판 공급량을 10% 이상 줄이기로 결정했다.
후판 수급을 타이트하게 가져감으로써 현재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조선사와의 후판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철강사들은 현재 t당 40만원 안팎에 형성된 조선용 후판 공급단가를 t당 2만~4만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조선사들은 t당 3만~5만원 인하를 요구하면서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사와의 가격 협상에서 더 이상 끌려가지 않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라며 "대신 고부가가치 특수후판이나 일반 건축용 후판 생산비중을 늘리는 등 후속 대책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사들의 가격 인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수익성 개선이 크게 어려워지는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사들의 후판 생산에서 조선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조선사들의 수주 부진 여파로, 지난 2010년 70%에서 작년에는 50%까지 내려앉았다.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는 500만t, 현대제철은 260만t, 동국제강은 150만t에 달하는 후판을 조선사에 공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철강사의 조선용 후판 생산량은 포스코 450만t, 현대제철 220만t, 동국제강은 130만t까지 줄어들 전망으로, 전체 후판 생산량 가운데 조선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보다 약 10%p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사들이 조선용 후판 공급을 줄이는 또 다른 이유는 조선사의 유동성 악화로 자칫 대규모 부실채권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통상 조선사가 철강사에 납품대금을 지급하려면 3~4개월 걸리는데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철강사가 받지 못하는 대금이 늘 수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사 구조조정 여파가 철강사를 비롯해 협력업체들까지 연쇄타격으로 이어질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철강업계의 강경한 움직임에도 조선업계는 여전히 가격 인하 카드를 내려놓지 않고 있다. 조선사들은 최근 긴급 실무진 회의를 열고, 일본 JFE스틸‧신일철주금, 중국 바오산강철‧우한강철 등 해외 철강사와 조만간 가격과 물량을 협상할 계획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동결 되어도 힘든데 국내 철강사들이 너무 가격 인상만 고집하고 있다"면서 "수입산 후판은 품질이 크게 상승한 것은 물론 이달부터 가격까지 떨어지고 있어 조선사들이 크게 관심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제품 가운데 후판 비중은 각각 11%, 16%이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제철, 삼성중공업은 포스코, 일본 신일철주금. 대우조선해양은 포스코, 현대제철, 신일철주금으로부터 주로 후판을 구매하고 있다.
선박 원가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선종에 따라 15~30%에 이르며, 후판가격 1%가 오를 경우 삼성중공업은 3%, 대우조선해양은 2.4%, 현대중공업은 1%씩 영업이익이 줄어든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