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월가의 채권 트레이더들 사이에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마이너스 국채 수익률이 미국에 상륙할 것이라는 경계감이 최근 크게 고조되는 양상이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일본은행(BOJ)과 달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12월에 첫 금리인상에 이어 올해도 두 차례 긴축 계획을 밝힌 점을 감안하면 뜻밖의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월가 <출처=블룸버그통신> |
최근 연방준비제도(Fed)는 금융권 스트레스 테스트에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충격을 포함시켰다. 3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이 0% 아래로 떨어질 때 은행과 보험사에 미치는 타격을 점검한 것.
연준의 테스트는 극단적인 상황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만 투자자들 사이에 마이너스 금리는 피부로 느끼는 리스크로 부상했다.
11일(현지시각) 웰스 파고에 따르면 채권 옵션 시장에서 단기 국채의 마이너스 수익률에 대한 헤지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금융위기 이후 연준이 제로금리 정책을 시행하는 사이 단기물 국채 수익률은 수 차례에 걸쳐 0%에 근접했지만 이 때마다 옵션 내재변동성은 큰 폭으로 동반 하락했다.
0%에 근접한 수익률이 추가 하락하기 어렵고, 박스권에서 횡보한 뒤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이 트레이더들 사이에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단기물 수익률과 옵션 내재변동성의 동조 현상이 깨졌다. 수익률이 0%를 뚫고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투자자들 사이에 현실적인 문제로 부상했다는 얘기다.
미국 3개월물 국채 수익률은 최근 0.2% 선 아래로 밀린 뒤 반등했다. 6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은 0.3% 선에서 등락하고 있고, 1년물 수익률은 0.5% 선까지 밀린 상태다.
보리스 라빈스키 웰스 파고 채권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연준이 지난해 12월 금리를 올렸지만 그 전까지 제로금리 정책을 과도하게 장기간 시행했다”며 “이 때문에 통화정책이 아닌 시장의 힘으로 수익률이 0% 아래로 떨어질 수 있고, 이 경우 반전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연준이 연내 금리인상을 추가로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연준 정책자들 사이에 매파 목소리가 연이어 나왔지만 정책에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연준의 금리인상 중 90%는 금융시장이 강하게 확실시했을 때 단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적어도 70%의 긴축은 채권을 포함한 금융 자산 가격에 반영된 상태에서 이뤄졌다.
이는 최근 상황과 커다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선물시장에서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불과 10% 가량으로 점치고 있고, 4월 고용 지표 악화 후 연내 금리인상이 불발될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들었다.
이 같은 정황은 트레이더들의 마이너스 국채 수익률에 대한 경계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딘 스트루벤 골드만 삭스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시장의 금리 전망이 지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경제 지표 둔화를 포함해 금리인상 여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