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전 세계 외환시장에서 가장 거래가 많이 되던 통화 쌍인 '달러와 유로'가 이제는 가장 거래가 안 되는 통화 쌍으로 변했다.
13일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외환거래의 24% 비중을 차지하던 달러-유로 거래가 최근 들어 정체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달러는 지난 3개월간 주요 통화대비 3.1% 절하됐으나, 유로대비 절하율은 1.1%로 낙폭이 최저 수준에 속한다.
'달러와 유로' 거래 쌍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최근 유로/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하락한 데서도 드러난다. 유로/달러 환율의 1개월간 변동성은 7.1%로, 2014년 10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유로/달러 환율(위)과 1개월간 변동성 추이 (아래) <사진=블룸버그통신> |
통신은 달러-유로 거래가 이처럼 침체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 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로 비춰진다고 지적했다.
◆ 미-유로존 중앙은행, 환시 지배력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이들 중앙은행은 양적완화와 초저금리를 실시하면서 외환시장을 지배하는 거대한 동력이 됐었다.
그러나 연준이 2013년 말에 양적완화를 종료한 데 이어 작년 말부터는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에 들어갔고, 현재까지는 추가 금리인상이 요원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ECB 역시 뒷걸음질 치는 유로존 경기를 어떻게든 살려 보고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으나, 아직까지 가시적인 효과를 보지는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들 중앙은행들이 외환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서서히 잃었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면서 달러-유로 거래의 인기도 시들해졌다는 분석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의 민 트랭 외환 부문 선임 트레이더는 "(중앙은행들의 행보가) 틀에 박혀 있다"며 "중앙은행에 대한 얘기 중에 특별히 달라진 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와 유로의) 거래 포인트는 연준, ECB의 통화정책 차이일 뿐"이라며 "이에 대해 얘기를 할 수록 통화정책 차이가 더 심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유로/달러, 장기 평균 1.11달러 정체 예상
현재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이후로 장기 평균 수준인 1.11달러에 머무르고 있으며, 이후로도 뚜렷한 패턴이 없어 일부 달러 강세 전망을 내놓았던 기관들도 백기를 들고 있다.
앞서 도이체방크는 유로/달러가 올 연말에 0.90달러로 떨어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에는 전망치를 1.05달러로 수정했다. 미국 연준의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유로대비 달러 가치 전망을 낮춘 요인이라고 은행은 설명했다.
선물시장 트레이더들은 연내 금리인상이 실시될 가능성을 53%로 제시, 연초 전망치였던 93%에서 낮춰잡고 있다. 미국 고용지표 부진 등 경제 불확실성으로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면서 두번째 긴축 시점으로 6월 대신 9월에 무게를 두는 보는 시각이 늘어난 결과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전략가들은 유로/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1.11달러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앨런 러스킨 도이체방크 전략가는 "유로/달러 환율이 1.05~1.15달러 범위에서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준이 조만간 여러 차례 금리인상을 실시하고 미국 기준금리가 1% 위로 올라설 경우 달러는 다시 10개의 고수익 자산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유로/달러 환율 추이 <사진=블룸버그통신> |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