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유리 기자]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지 6개월 가량이 흘렀지만 당초 계획했던 연내 출범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력 구성과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올리고 있지만 본인가를 받기까지 일정이 빠듯한 상황이다. 더구나 19대 국회에서 은행법 개정이 물건너 가면서 사업 준비에 탄력을 받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를 위한 인력 채용과 정보기술(IT) 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로부터 은행업에 대한 예비인가를 받았지만 실제 영업에 들어가기 위해선 본인가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본인가를 준비하는 역할은 한국카카오주식회사가 맡았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은 지난 1월 주요 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카카오가 공동 출자한 한국카카오주식회사를 설립했다.
한국카카오주식회사는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를 위한 인력 채용과 정보기술(IT) 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
이후 한국카카오주식회사는 본인가 조건인 인적·물적 자원 구축에 들어갔다. 카카오 판교 오피스가 위치한 성남시 판교에 본사를 열고 인력을 확보했다. 카카오 인력 40여명에 기존 한국투자금융지주 및 KB국민은행 직원이 더해져 70여명의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렸다. 공개 채용도 진행해 총 130여명의 인력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를 이끌 은행장은 아직 공석이다. 한국카카오주식회사는 본인가 전에 후보를 물색해 초대 은행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인력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최대 2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행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은행장 선임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구성과 함께 금융거래를 처리하기 위한 IT 시스템 구축에도 돌입했다. 지난달 카카오뱅크 IT 시스템 구축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LG CNS는 오는 11월을 목표로 해당 작업을 진행 중이다.
K뱅크의 경우 지난 3월 주요 주주사 직원들로 구성된 TF를 구성했다. 현재 70여명의 직원을 확보했으며 이달 40여명의 경력 직원을 공개 채용할 계획이다.
지난 4월부터는 IT 시스템 구축에 돌입했다. 주요 주주 및 계열사가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고객의 금융거래를 처리하는 계정계는 주주사인 뱅크웨어글로벌과 이니텍이, 은행 직원들의 업무를 지원하는 정보계는 KT의 자회사인 KT DS가 맡았다. 우리은행의 자회사인 우리 FIS는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고 있다.
K뱅크는 연내 출범을 목표로 내걸었다. 여·수신, 송금 등 기본적인 은행 서비스를 선보인 후 차별적인 금융 서비스를 내놓는 방식이다.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을 위해 고삐를 죄고 있지만 연내 본인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당초 계획한 대로 오는 11월까지 IT 시스템 구축을 마쳐도 본인가 심사 등을 진행하려면 일정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목표한 시점까지 IT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IT 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사업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은행 IT 시스템 구축에는 1~2년 가량이 소요된다"면서 "특히 금융당국에서 보안 문제나 새로운 기술에 대한 리스크를 면밀히 살피겠다고 강조한 만큼 본인가에도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업 준비에 추진력을 더할 은행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이다.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19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 수순을 밟게 되면서다. 현행 은행법은 금융회사가 아닌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최대 4%(의결권 없는 주식 포함 시 최대 10%)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하는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초 최대주주를 염두하고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뛰어들었던 카카오와 KT가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기존 금융권과 다른 혁신적인 서비스를 준비하기 위해선 IT 기업의 지배력이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라며 "더 큰 문제는 출범 후 주인 없는 인터넷은행들이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라 본인가를 착실히 준비할 것"이라며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타이틀보다는 완벽한 본인가 조건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뱅크 관계자는 "본인가 후 연내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각종 준비들을 차질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