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다음 달 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는 중동의 숙적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와 이란 간에 팽팽한 기싸움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정부는 제재 이전 수준까지 원유 수출량을 끌어올리기 전에는 산유량 동결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으나, 최근 들어 원유수출이 제재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 이란, 원유수출 회복…감산 가능성은 '글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주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이란의 지난달 산유량이 2012년 제재 이전 수준에 근접해졌다고 밝혔다.
OPEC의 원유 생산량 추이 <출처=IEA> |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달 일일 평균 356만배럴의 석유를 생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란산 석유 수출을 제재하기 전인 2011년 11월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달 이란의 석유 수출도 전월대비 40% 정도 증가한 일일 200만배럴로 집계돼, 제재 이전 수준을 회복됐다.
이 같은 추이를 고려하면 이란이 산유량 동결에 동참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이 증가하는 셈이다. 최근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란이 석유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데이비드 립튼 IMF 수석부총재는 "서방의 제재 해제로 이란이 세계 경제에 편입될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됐다"며 "다만 이란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석유 산업보다는 다른 산업이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란은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의 정책에 쉽게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OPEC 정례회의에서 산유량 동결 쪽으로 합의가 순조롭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미르 호세인 자마니니아 이란 석유부 차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주요 경쟁자는 사우디"라며 "이란과 사우디의 역학관계는 언제나 정치적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란은 OPEC의 정치적 영향력이 증가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현재 원유는 경제적 원자재가 아닌 정치적 원자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사우디, '증산 정책' 지속 가능성 높아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OPEC을 주도하는 사우디 역시 산유량 동결에 나설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이다.
사우디 왕실은 지난 21년간 재임했던 알리 이브라힘 알나이미 석유장관을 해임하고 알팔리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회장 겸 보건장관을 새로 임명했다. 이와 함께 '석유부'라는 명칭도 '에너지·산업광물부'로 바꿨다.
사우디의 칼리드 알팔리 신임 에너지·산업광물부 장관은 이달 취임 후 첫 성명에서 "사우디는 안정적인 원유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원유 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사우디가 저유가 속에서도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역대 최대 수준의 산유량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 <사진=AP/뉴시스> |
게다가 알팔리 장관이 알나이미 전 석유장관처럼 영향력이나 협상 기술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스런 눈초리도 나오고 있다.
알나이미의 해임으로 석유권력에 가까워진 인물은 사우디 왕실의 '실세'라 불리는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다. 그는 현재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와 경제개발위원회의 수장으로, 국방장관을 겸하고 있다.
OPEC의 한 관리는 "알팔리 신임 장관은 알나이미 전 장관만큼의 존재감을 갖지는 못할 것"이라며 "원유에 대한 결정권이 사우디 왕실의 손에 있는 현 상태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는 산유량 동결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WSJ은 모하메드 부왕세자가 지난달 산유국회의에서 산유량 동결합의를 무산시킨 배후인 만큼 당분간 사우디의 '증산 정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아민 나세르 사우디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아람코) 상장에 더 많은 힘을 기울이기 위해서라도 사우디는 OPEC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