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약 10년에 걸친 중앙은행의 경기 부양책에도 미국 민간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신용카드 부채가 1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돼 주목된다.
이르면 연내 미국인의 카드빚이 미국 금융위기가 촉발됐던 2008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1조2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1분기 오토론이 1조달러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운 데 이어 가계 부채가 잠재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백화점의 쇼핑객들 <출처=블룸버그통신> |
2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빚이 지난 1분기 말 기준 9516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6% 늘어난 한편 2009년 8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지난해 이후 은행권이 카드 영업에 공격적으로 나선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급된 신용카드는 6000만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무분별한 투자와 소비가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2008년 당시 수치를 뛰어넘은 것이다.
전통적인 여신의 경우 규제 강화로 인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기 어려운 실정인 데다 초저금리로 인해 이익률 압박이 높아지자 은행권이 신용카드 비즈니스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카드 사용이 최근 추세대로 늘어날 경우 이르면 올해 부채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할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완만하지만 미국 경제 회복이 지속되는 데다 고용 지표가 위기 이전 수준을 되찾으면서 신용카드에 의존한 소비가 늘어났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데이비드 클리처 S&P 다우존스 지수 위원회 이사는 WSJ과 인터뷰에서 “올해 신용카드 부채가 1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소비의 주축이 신용 평점 및 소득 측면에서 비우량 소비자들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금융시장의 급등락과 부동산 시장 둔화 등에 따라 우량 고객들이 신용카드 사용에 보수적인 행보를 취하자 은행권이 비우량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이 비우량 등급 고객들에게 발급한 신용카드가 지난해 1060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25% 급증한 것이며, 2007년 이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 신용카드 시장의 부실 및 부채 리스크에 대한 경고가 확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 들어 매월 신용카드 디폴트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이들의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주고 있다.
일부 은행은 잠재 리스크에 대비하는 움직임이다. 일례로, 씨티그룹은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카드 사용 한도에 해당하는 금액의 예치금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