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지유 기자] 민간금융사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성과연봉제 도입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 공공기관들이 나란히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한 데 이어 민간금융사들도 연공서열·호봉제를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금융공공기관들이 진통 끝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만큼 이를 모델로 해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며 "현재의 연공서열, 획일적 평가, 그리고 현실안주와 보신주의의 낡은 관행을 개혁하지 않으면 우리 금융에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최근 저금리·고령화·저성장 기조, 핀테크로 인한 금융회사와 IT기업 등 이종 산업간 경쟁, 금융회사 간 칸막이 없는 무한 생존 경쟁 등 금융권을 둘러싼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금융업이 변혁의 소용돌이에 들어선 만큼 금융사가 스스로 변화·혁신·개혁하지 않으면 위기상황을 피해갈 수 없고 금융의 발전도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금융위원회> |
◆금융위 "국내 금융권 생산성보다 임금수준 높아"
금융위는 국내 금융권은 해외와 비교할 때 생산성에 비해 임금수준이 높다고 지적했다. 1인당 GDP 대비 금융권 임금 비율이(2014년 기준, BCG자료) ▲영국 1.83% ▲프랑스 1.73% ▲독일 1.70% ▲미국 1.01% 등인 반면 한국은 2.03%라는 것이다.
초임도 은행권은 4500만~5500만원(군필 기준)으로 제조업을 영위하는 대기업 평균(4075만원)에 비해 높다고 주장했다. 국내 은행권 직원 평균임금은 8800만원으로 대기업 대비 약 1.5배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또 전 민간은행이 호봉제를 유지하고 집단평가 중심의 평가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승진을 포기하거나 무임승차하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주요 글로벌 은행은 호봉제 대신 연봉제를 도입해 직무별로 차등을 주며, 동일직급이라도 직무에 따라 총 연봉이 1.5~9배까지 차이난다고 설명했다.
임 위원장은 "최근 일부 금융유관기관(한국거래소, 코스콤, 한국증권금융, 금융결제원 등)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스스로 컨설팅 및 태스크포스(TF) 등을 가동하고 있고, 은행권에서도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개인별 성과평가 지표를 개발해 나가는 등 성과연봉제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한국거래소·코스콤 등 금융유관기관들은 업무 특성 등을 감안할 때 보다 진지한 자세로 이 문제를 논의해 달라"고 강조했다.
◆CEO들도 공감하지만, 노조 반발 거세…관치 지적도
민간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도 성과주의 도입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17개 은행이 포함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앞서 호봉제 폐지 및 성과연봉제 개편 추진에 대해 공감대를 모으고, 금융위원회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키로 했다. 특히 민간 금융기관의 경우에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더 절박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시중은행에서도 성과연봉제 도입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국민·우리은행 노사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고, 신한은행은 성과에 따라 임금피크제 적용시점이 미뤄지는 차등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농협은행도 성과주의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성과평가 지표 개발 등을 통해 개인성과 평가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산별교섭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진행된 산별교섭에서 노사의 의견대립이 뚜렷했다. 사용자협의회는 ▲2016년 임금 동결 ▲신입직원 초임 조정 및 신규채용 확대 ▲호봉제 폐지 및 성과연봉제 도입 ▲저성과자 관리방안 도입 등을 안건으로 내놓았다.
반면 노조는 ▲개인성과 차등 임금제도 금지 ▲직원(신입직원 포함)에 대한 취업규칙 변경 시 노사합의 ▲성과평가를 이유로 해고 등 징벌 금지 등 협의회와 상반된 안건을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금융 공공기관을 넘어 민간금융사에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압박하고 있는 것은 관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민간금융사 임금은 노사 협의와 취업규칙 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민간금융사들에까지 성과연봉제 도입을 발언하는 것은 일종의 관치"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