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중국 위안화 환율 앞날이 오리무중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5월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3거래일 연속 인민은행 위안화 고시환율이 급등세(위안화가치 절하)를 보이더니 2일에는 위안화 가치가 반등하면서 환율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부담이 위안화가치 하락의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위안화 가치 추가 절하공간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과 연말까지 위안화가치가 달러당 7위안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 2일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 하락, ‘숨고르기’
1일 중국외환거래센터는 달러대비 기준환율을 전거래일(6.5790위안) 대비 0.0099위안 오른(가치 절하) 6.5889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2011년 2월 이후 5년 3개월 만에 최고가격이다.
달러 강세 속에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은 5월 한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달 30일 이후 이달 1일까지 3거래일 연속 환율이 치솟으면서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은 3거래일 만에 0.0399위안 올랐고다. 위안화 가치가 0.6% 하락한 것이다.
이로써 지난 한 달간 위안화 가치는 역내, 역외 시장에서 각각 1.85%, 1.54%씩 내렸다. 대형 헤지펀드들이 위안화 하락을 외쳤던 2015년 12월 2.14%의 하락폭을 기록한 이후의 최대 낙폭이다.
2일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이 전거래일 대비 0.31% 내린(위안화가치 상승) 6.5688 위안으로 고시되며 일방적인 위안화 가치절하에 대한 불안감이 잠시 수그러들었지만, 대내외적 불확실 요인이 산적한 상황에서 향후의 위안화 향방은 더욱 예측하기 힘들어졌다는 분위기다.
◆ 美 금리 인상 가능성이 위안화 가치 절하 ‘원흉’
위안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단연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실물경기 호전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빠르면 이달 혹은 7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하면서 위안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것.
중국 내부적 원인도 적지 않다. ▲수요 부진 속에 경기하향압력이 여전하다는 점 ▲부동산 시장의 폭발적 성장시대가 끝났다는 점 ▲중국 비(非)정부부문이 보유한 해외자산이 충분하지 않아 해외자산 확대 수요가 크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위안화 환율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올해 4분기 부동산 시장 침체 전망에 따른 위안화 자산 매력도 저하 ▲채권시장 리스크 같은 주기적 요인 또한 위안화 환율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장환보(張煥波) 부연구원은 “지난 수년간 달러등 주요 통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며 “환율 시장화 메커니즘이 구축되는 가운데 위안화 가치가 하락이 더 잦았던 것은 환율이 균형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이며, 이와 함께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위안화에 충격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1년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 추이<출처=중국외환거래센터> |
◆ 위안화 자산 매력도↓, 외자유출 부담 ↑
위안화 가치가 절하할 경우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는 위안화 자산 매력도 하락이다. 이 같은 전망은 지난달 26일 중국 재정부의 영국 내 채권 발행 과정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입증됐다.
당시 중국 재정부는 영국 런던에서 30억 위안(한화 약 5398억원) 규모의 3년 만기 위안화 표시 국채를 발행했다. 홍콩을 제외하고 중국이 본토 이외 지역에서 국채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청약 주문이 발행 규모의 두 배를 넘어섰고, 매수 경쟁이 높아지면서 수익률도 주간사 은행이 예상했던 3.4%보다 낮은 3.28%로 낮아졌다.
이에 대해 한 상장은행 트레이더는 “해외에서 발행한 국채 수익률이 같은 기간 국내에서 발행된 국채 수익률보다 높다”며 “영국에서 발행된 중국 국채 수익률이 3.28%로 결정된 것은 위안화 절하 전망 확산 속에 리스크를 보완할 때라는 해외 투자자들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율 급등에 따른 외자 유출 우려도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골드만삭스 중국내 증권합작사인 골드만삭스 가오화(高盛高華)증권은 “미국 금리 인상 시기가 임박해지면서 중국 환율의 ‘밀월기’, 즉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고 기타 통화에 대해서는 약세를 보이는 시대는 끝이 났다”며 “이는 향후 또다른 자본유출 부담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2-3월 중국 중앙은행은 달러대비 위안화 절상을 일부 용인하며 외자 유출을 방어했고, 동시에 바스켓을 구성하는 기타 통화에 대해서는 위안화 가치를 절하시켜 수출을 자극했다고 이 증권사는 설명했다.
일본 다이와 캐피탈 마켓 아시아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2년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2016년 말 2조7000억 달러, 2017년 말에는 1조7000억 위안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올해 연말까지 5% 절하, 달러당 7위안대 진입 전망도
위안화 환율 파동에 대해 시장은 대체적으로 침착한 모습이다. 역내 환율 및 역외 환율간 차이가 크지 않고 현물 거래량이 많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환율이 안정적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잇따른 가치 하락으로 추가 하락 압력이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위안화 환율은 달러 강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에 달렸고, 영국의 EU 탈퇴 등도 외환시장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겠지만 달러 절상이 한계에 부딪힘에 따라 위안화 절하 폭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신증권(中信證券)은 “정부의 환율안정 의도가 비교적 분명하다”며 “올 한해 달러당 위안화 환율 상승폭이 5% 미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은 1.47%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최대 투자회사인 중국국제금융공사는 “중국 국내 경제 및 정책환경 파동이 커지고 외환시장 건전성이 낮은 가운데 환율파동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주요 원인”이라며 “올해 2분기와 3분기 위안화 환율의 양방향 변동폭이 더욱 커지겠지만 큰 폭의 절하나 절상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위안화 가치의 추가 절하 공간이 상당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연말까지 위안화 가치가 6% 이상 하락하면서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7위안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이체방크는 “위안화 가치 하락은 미국의 긴축방침 발표에 따른 결과로,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조됨에 따라 위안화는 더욱 절하될 것”이라며 “채무부담과 성장동력 약화 등에 직면한 중국은 고금리를 통한 환율 방어에 나설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기자(hongwo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