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유리 기자] 삼성SDS가 성장 동력으로 키워온 물류 사업 분할을 공식화했다. 이사회에서 사업 분할안을 의결하고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간 것.
물류 사업을 지속적으로 키우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거세다. 물류 사업과 삼성물산의 합병설이 힘을 얻으면서 삼성SDS 주가가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삼성SDS를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시켰던 그룹 지배구조 이슈가 반대로 주가의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 삼성SDS, 이사회서 사업부 분할 검토안 의결
7일 오후 삼성SDS 소액주주 50여명은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본사를 방문했다. <사진=최유리 기자> |
삼성SDS는 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물류사업 분할을 검토한다는 안건을 의결했다. 글로벌 물류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물류부문을 떼어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룹 계열사 정보기술(IT) 서비스에 주력하던 삼성SDS는 2012년부터 물류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물류에서 2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물류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30%에서 2015년 33%로, 올 1분기엔 35%로 꾸준이 증가했다.
미래 먹거리로 키우던 물류 부문을 떼어내는 이유는 해당 사업을 지속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2016년 말이면 삼성전자 등 관계사 물동량 대부분을 수행할 예정이어서 대외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이를 위해 인수·합병(M&A)을 통한 영업 네트워크 확충, 신규 사업 진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물류 외 사업 부문에서도 지속적인 IT 비용 효율화 요구, IT 신기술의 출현 등 국내외 시장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면서 "외부 전문기관과 논의를 통해 상세 분할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삼성물산과 합병설에 주가 추락…주주들 "합병 결사 반대"
물류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삼성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과 물류 사업을 합쳐 삼성물산의 기업 가치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곧바로 삼성SDS 주가가 미끄러지면서 소액주주들은 사업 분할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날 오후 삼성SDS 소액주주 50여명은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본사를 방문했다. 이들은 회사 측 IR부서 임원들과 만나 합병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삼성SDS 측에선 김민식 재무관리팀장과 서원석 IR그룹장, 이형석 법무그룹장이 주주들과 만났다.
유재남 삼성SDS 소액주주모임 대표는 "상장 후 1년6개월 만에 건실한 회사를 공중분해시키는 것은 주주들과의 약속을 져버리는 것"이라며 "물류 사업을 분할해 삼성물산으로 헐값 매각한다면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진과 임원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삼성SDS 본사 사옥 <사진=김학선 사진 기자> |
회의장에선 주가 폭락으로 피해를 본 주주들이 울분을 토해냈다. 일부 주주들은 눈물을 쏟으며 책임 경영을 촉구했고, 주주들과 회사 임직원 사이에 고상이 오가기도 했다.
한 주주는 "소위 '이재용 주식'이라고 관심을 받으면서 상속재산 15억원을 삼성SDS에 투자했다"면서 "주가가 한 순간에 폭락하면서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토로했다.
삼성SDS 주가는 지배구조 이슈에 따라 변동성이 큰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2014년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삼성SDS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주목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이 11.25%로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상장 첫 날부터 32만원(종가 기준)까지 오르며 공모가 19만원을 가볍게 뛰어넘었던 이유다. 삼성전자와 합병설이 무성하던 지난해 5월에는 연중 최고점을 경신하며 30만원대로 올랐다.
이후 삼성SDS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올 1월 이 부회장이 3800억원 규모의 삼성SDS 지분 2.05%를 매각한 후 22만원대로 급격히 미끄러졌다. 지난 3일 주가는 또 한번 출렁이며 상장 이후 최저가(14만2500원)으로 떨어졌다. 회사가 물류, 컨설팅 시스템통합(SI) 등 사업부문별 분할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다. 각각 전날 대비 15%, 11% 급락할 만큼 시장의 충격은 컸다.
서 IR그룹장은 "시장에서 우려하는 관계사 합병에 대해서는 추가로 검토하고 있는 사항이 없다"면서 공시와 마찬가지로 회사 분할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 것이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