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승환 기자] ‘글로벌 포식자’ 차이나머니의 시선이 장기 경기침체에 빠져있는 브라질로 향하고 있다. 통화 가치 하락으로 저렴해진 브라질 자산을 저가 매수, 남미 시장 진출 교두보로 삼으려는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경제전문 온라인 매체 월스트릿견문(華爾街見聞)은 8일 “중국 기업들이 업종을 불문하고 우량 기업과 광산 및 식량자원 등 브라질 자산 인수합병(M&A)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브라질 헤알화 지폐 <출처=Wikipedia> |
신문에 따르면, 하이난 항공의 모기업인 하이항그룹(中國海航集團ㆍHNA그룹)이 최근 남미 기반의 항공사인 아비앙카 항공(Avianca Holdings SA)과 아비앙카 브라질 항공(Avianca Brasil) 인수 절차에 착수했다.
아비앙카 브라질항공은 브라질에서 급성장하는 항공사로 브라질 항공 시장 점유율이 2014년 8.3%, 2015년 5월에는 9%로 빠르게 늘고 있다.
하이난 항공은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4억5000만달러에 브라질에서 세번째로 큰 항공사인 아줄(Azul SA)의 지분 23.7%를 사들인 바 있다.
또한 지난달에는 중국의 광산업체인 낙양몰리브덴(洛陽鉬業)이 앵글로아메리칸 그룹 소유의 브라질 내 니오브 광산 및 인산염 사업권을 15억달러에 인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낙양몰리브덴이 매입할 예정인 이 광산은 세계 3대 니오브 생산지 중 하나다. 니오브는 자동차용 강판 및 파이프라인용 강관 등 고급 강재 생산에 필수적인 희귀 금속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기업의 브라질 기업 인수 러시는 농업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 현지 업계에 따르면, 중국 대형 민영 기업 중 하나인 펑신그룹이 지난 4월 브라질 대두 수출업체 피아그릴(Fiagril)의 지분 57%를 10억헤알에 사들였다. 중국 기업이 브라질 농업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펑신(鵬欣)그룹이 인수한 라질 피아그릴은 1989년에 설립돼 연간 약 250만톤의 대두와 옥수수를 취급하고 있다. 브라질은 세계 대두 거래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올들어 중국 자본의 브라질 내 기업 및 자산 인수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오랜 경기침체와 정국 혼란으로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폭락, 중국 기업들의 인수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브라질 경제는 정국혼란을 비롯한 물가하락, 심각한 주가 급락, 경제성장률의 부진 등 끊임없는 악재에 시달리며 좀처럼 장기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 경제는 올해 1분기까지 전분기 대비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기간 미국 달러 대비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는 지난 2014년 연초와 비교해 30% 넘게 하락했다. 특히 보베스파지수도 테메르 권한대행이 취임한 지난달 12일 이후에는 10% 넘게 급락하면서 글로벌 통화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기업들의 왕성한 해외 인수합병 식욕과 헤알화 가치하락이 겹치면서 중국 자본의 브라질 자산 매입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M&A 시장의 총 규모는 6820억 달러에 육박한 가운데, 이 중 15%인 1010억 달러를 중국이 차지했다. 해외 M&) 투자 시장의 6분의1 가량을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