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한국은행이 9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로 인하했다. 한 번 더 인하하면 연 1.00%다. 이렇게 보면 한은이 가진 카드도 몇 장 남지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한은은 시장 예상과 달리 한 발 앞서 깜짝 인하를 단행했다.
한은은 전날 발표된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에 10조원을 대출하기로 했다. 그리고 하룻만에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목표는 경기 방어다. 하반기 경기 전망이 더 어두운 데 정부는 추가경정(추경) 예산을 선뜻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 몰렸다. 결국 한은이 총대를 멘 셈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6월 이후 1년 만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상반기 성장률은 4월 전망치에 부합하나 문제는 하반기"라며 "하반기에는 하방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교역 부진의 정도가 생각보다 커졌으며 (국내 경기의 경우)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그에 따른 하방리스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아울러 고용지표 부진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6월 또는 7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못 할 것이란 전망이 부각된 점도 한은에게 한 발 빠른 금리 인하를 단행하게 했다.
이 총재는 "금리를 (이번에) 인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은 (지난) 주말이었다"며 "Fed(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한은의 이번 조치를 두고 어느 정도 당연하단 반응이다. 지난 8일 한은이 '국책은행자본확충펀드'에 10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만큼 정부와 한은의 정책 공조 움직임이 예상됐다는 반응이다.
다만, 7월이 아닌 6월에 전격적으로 금리를 내린 것을 두고는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내릴 거면 이번에 내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며 "6월이냐 7월이냐를 두고 고민했는데 다음 달로 미뤄지면 또 다른 얘기들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한은은 이번 금리인하가 '폴리시믹스(Policy Mix : 통화 완화와 재정 확대의 조합)'가 아니며 전일 발표된 구조조정안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한은이 다시 한 번 움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가 정부가 추진하는 추경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야하는 형국이다. 결국 하반기 경기 부양은 한은의 통화정책이 주도하는 '시간차 정책공조'로 진행돼야한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한은이 소년가장처럼 경기부양의 역할을 더해줘야 한다"며 "8~9월 추가 금리인하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경기가 안 좋으면 한은이 선제적으로 또 다시 인하할 필요성도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다만 다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계대출이나 외화유출 가능성 등 저금리 부작용도 감안해야한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