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유리 기자] 카카오가 최근 1년 사이 잇단 '빅딜'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패스', '록앤올' 등 수백억대에 달하는 투자 규모에 비해 사업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 초 인수한 엔터테인먼트사 로엔과도 사업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지만 이에 대한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신사업 성과에 먹구름이 낀 것은 글로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패스가 대표적이다. 카카오와 한 식구가 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인수 전보다 성적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글로벌 SNS 패스 및 내비게이션 앱 카카오내비 서비스 화면 <사진=카카오> |
14일 앱(애플리케이션) 시장조사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패스는 인도네시아 구글플레이 인기 순위에서 54위를 차지했다. 카카오가 인수할 당시 순위인 22위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패스의 메신저 플랫폼 패스톡은 65위에서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같은 기간 경쟁 SNS와 메신저 서비스들은 상위권을 지켰다. 블랙베리메신저, 페이스북, 왓츠앱, 라인 등은 10위권 내에 무난히 안착했다. 패스의 하락세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5월 인도네시아 3대 SNS인 패스를 인수했다. 정확한 인수 금액은 밝히지 않았으나 2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패스와 유사한 패쇄형 SNS 카카오스토리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노하우를 활용해 동남아시아 시장을 겨냥하겠다는 포부였다.
그러나 당초 계획과 달리 새로운 이용자 확보에 실패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경쟁사의 경우 구글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 기반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높은 아시아 시장에서 신규 이용자를 늘렸지만, 패스는 기존 이용자에 머물면서 순위가 밀렸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지난 1분기 패스의 실적은 매출 2억원에 분기순손실 32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 측은 "최근 O2O(온·오프라인 연계) 앱 순위가 올라가면서 패스의 순위가 떨어진 것"이라며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고 서비스를 최적화시키는 등 질적인 부분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록앤올도 카카오에 인수된 후 '카카오내비'로 옷을 갈아입었지만 이용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5월 '국민내비 김기사'를 서비스하는 록앤올을 약 600억원에 인수하고 카카오내비를 선보였다.
서비스 개편 후 잘못된 경로로 안내하거나, 서비스 구동 속도가 떨어진다는 내용의 후기가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개편 이전인 김기사 당시에는 없던 문제가 발생해 다른 내비게이션 앱으로 갈아탄다는 이용자들도 눈에 띈다. 이에 두 번의 업데이트를 진행했지만 불만글은 이어지고 있다. 김기사에서 카카오내비로 개편하면서 월 이용자수가 240만명에서 340만명으로 늘었지만 질적 성장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국내 IT(정보기술) 기업 관계자는 "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O2O 서비스일수록 밑단의 세세한 서비스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면서 "기존 서비스보다 후퇴할 경우 이용자들의 반응이 민감할 수 밖에 없는데 카카오가 디테일에서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평가했다.
몸집을 불린 이후 사업적 성과가 기대를 밑돌면서 카카오와 로엔의 인수합병 효과에도 물음표가 달리는 상황이다. 카카오는 로엔 인수에 1조8000억원을 베팅하면서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시너지를 내겠다고 공언했다. 음원을 비롯한 로엔의 콘텐츠를 카카오의 여러 채널에 노출하는 방식이다.
국내 IT 업계 인수합병 중 손에 꼽히는 빅딜이지만 투자 대비 거둘 수 있는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류 콘텐츠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이지만 양사 모두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동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로엔은 이미 국내 음원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어 카카오와 추가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카카오와 로엔 모두 해외 경험이 적어 향후 글로벌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리스크 요인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제 막 로엔 인수 자금 이슈를 마무리지은 카카오가 시너지를 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 4월 해외 교환사채(EB)를 발행해 로엔 인수 과정에서 조달한 8000억원을 상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벅스와 손잡고 카카오뮤직을 서비스한 방식에 그친다면 단기적인 시너지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그간 음악 콘텐츠와 메신저 플랫폼의 결합은 많았기 때문에 차별화된 사업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