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RBI) 총재가 오는 9월 퇴임한다는 소식에 인도 루피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라잔 총재가 인도의 안정적 경제성장을 이끈 공로로 투자자들의 폭 넓은 신뢰를 받아왔기 때문에, 그의 연임이 성사되지 않은 데 따른 투자자들 우려가 커진 탓이다.
20일 블룸버그통신 자료에 의하면, 오후 3시 47분 현재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루피 환율은 전날 종가(뉴욕시장 기준)보다 0.48% 오른 67.3825루피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5년간 달러/루피 환율 추이 <사진=블룸버그통신> |
◆ 라잔 성과=루피화 안정인데
라잔 총재의 임기 중 달성된 주요 성과는 루피화 가치 안정과 인플레이션 억제, 은행들의 부실채권 정리 등이다. 특히 루피화 등 주요 자산가격 안정화를 가져온 것은 주목할 만한 업적으로 평가된다.
라잔이 취임한 지난 3년간 달러대비 루피화 값은 5% 하락에 그쳤다. 이는 전세계적인 달러 강세 현상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성과로 평가된다. 루피화는 라잔이 취임하기 한 해 전만 해도 20% 급락했었다.
인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라잔의 취임 당시였던 2013년 9월에 8.9%에서 현재 7.5%로 100베이시스포인트(bp) 넘게 낮아졌다.
미국 경제방송 CNBC의 마이클 이바노비치 칼럼니스트는 "라잔이 취임했을 때 인도는 연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2%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8%였으며,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4% 수준이었다"며 "이제 인도는 성장률이 9.6%이고, 물가상승률은 5.8%로 낮아졌으며, 경상수지 적자도 GDP의 1%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라잔의 공로에 잇달아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미국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는 "라잔 총재는 내가 신뢰하는 유일한 중앙은행가"라고 말했으며,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는 "그는 아마도 세계 최고의 중앙은행가일 것"이라고 극찬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샤일란 샤 인도 부문 이코노미스트는 "라잔 총재는 인도 뿐 아니라 신흥시장을 통틀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책당국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며 "그의 사임은 금융시장에 단기적으로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현재 루피화 급락 등의 시장 변동성이 다시 인도중앙은행의 조치를 통해 안정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노무라증권은 "라잔 총재의 사임 소식이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이지만, 중기적으로 지속적 충격을 가할 것 같지는 않다"며 "인도의 물가상승률 목표는 그대로 지속되고 있고, 후임 총재가 누가 되든 인도 정책 당국자들이 인플레이션을 내버려둘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의 인드래닐 센 굽타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언제나 그렇듯 후임자가 스스로의 능력을 입증할 경우 조용히 넘어가게 돼 있다"며 "인도중앙은행이 최근의 루피화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시장 개입을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