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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융자로 10% '꿀꺽'...상도(商道) 넘은 증권사 대출금리

기사등록 : 2016-06-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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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KB, 장단기 금리 역전…1%대 빌려 10%대 대출
금감원 "고객 불만 알지만…모니터링 강화할 뿐"

[편집자] 이 기사는 06월 20일 오후 3시03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우수연 기자] "며칠전 증권사 신용융자를 받았는데 금리가 7%가 넘더군요. 1억원 예금해도 월 이자 10만원도 못받는 시대에 담보금을 넣어두고도 매달 60만원 이상 이자를 내야하는 상황이 사실 이해가 안되네요."

증권사들이 고금리 신용융자와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상도(商道)를 뛰어넘는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저금리 트렌드가 고착화되며 조달금리도 낮아졌지만 증권사의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이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장단기 금리 역전 상태로 대출금리를 매기는 등 금리 산정 기준도 모호한 상황이다.

20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KB투자증권과 키움증권 등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신용융자에서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오히려 높은 것으로 공시돼 있다.

조달시장에서도 장기금리가 단기보다 높기 때문에 대출금리도 같은 수준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들 증권사는 초단기로 돈을 빌리는 고객들이 많은 현실을 활용해, 단기대출 고금리 영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부 중소형사들은 신용거래융자 대출기간이 가장 짧은 1~15일짜리에 무려 12%에 가까운 고금리를 물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었다.(키움증권 12%, KB투자증권 11.7%, 아래 표 참고)

한 증권사 대출업무 담당자는 "중소형사들은 아무래도 수익원이 다양화돼 있지 않는 상황에서 단기 대출 수요를 노리고 금리도 높게 부르는 경향이 있다"며 "대형사들은 이자수익 외에도 다양한 수익원이 마련돼 있는데다 평판리스크도 있다보니 금리를 높이기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고객에게 신용으로 주식을 살 수 있게하는 증권사의 '신용융자'는 은행의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과는 개념이 다소 다르다. 증권사 신용융자는 계좌에 일정 금액을 담보로 넣어두고 신용거래가 가능한 특정 종목군(주식)을 사면, 돈을 빌려 해당 주식을 산 것으로 인식된다. 상환 시에는 매수했던 주식을 매도하거나 현금으로 직접 상환할 수 있다. 

반면 주식담보대출은 계좌에 넣어놓은 주식을 담보로 일정 비율의 현금을 빌리고, 이 대출금을 통해 주식을 사거나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증권사들은 대출 기간에 따라 금리를 달리 적용하는 '체차법'을 주로 사용한다. 

◆ 증권사, 조달금리 1.25% 수준인데…대출금리는 12%

증권사들은 회사채 발행, 단기금융시장(콜자금, RP, 전단채 등), 한국증권금융대출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대출재원을 마련한다. 증권사는 앞서 언급한 조달상황 등을 고려해 각 사별로 사내금리를 만들어 대출금리를 정하고 있다.

따라서 증권사의 신용융자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이후 최근 저금리 기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장금리가 계속 하락하면서 증권사의 조달 상황은 나아졌음에도,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증권사만 배를 불리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다.

KB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신용등급 A1의 중소형 증권사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전자단기사채 금리(1일물)는 지난 16일 기준 1.26% 수준이다. 이는 지난 6월 기준금리 인하 이전 1.49% 수준에서 0.23%p 하락한 수치.

하지만 증권사들이 매기는 신용융자금리 수준은 5~12%로 오래전부터 요지부동이다. 대출을 통해 수년동안 적어도 연 4%, 많게는 10%까지 이자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1분기 키움증권의 신용공여금은 9189억원으로 회사 전체 자금운용의 13%에 달했다. 같은 기간 KB투자증권의 신용공여금도 4031억원 규모로 전분기대비 32.3%p 증가했다.

◆ 금감원 "증권사 대출 관련 규제법 없어…모니터링 강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이형석 사진기자>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증권사들의 고금리 대출을 '알면서도 묵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 규정상 신용융자 금리 수준 결정은 전적으로 각사 자율에 맡기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 관계자는 "증권사의 높은 대출금리가 오랫동안 투자자들 불만인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우리가 법적으로 규제할만한 제도는 없다"며 "꾸준히 모니터링을 강화할 뿐이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14년(2.5%)부터 최근까지 약 2년동안 1.25%p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시장금리도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증권사들의 대출금리는 수년째 움직이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은 올해 다소 조정을 했고,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2015년 이후로는 대출금리를 변경하지 않았다. 키움증권, KB투자증권, 메리츠종금, 미래에셋증권 등은 지난 2011년이후로 대출금리가 그대로다.

앞선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주요 증권사들이 최근 0.2~0.5%p 정도 대출금리를 인하한 동향이 포착되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분을 완전히 반영하지는 않았지만 인하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꾸준히 모니터링을 강화해 가며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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