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분양 아파트에 대한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를 시행키로 해 분양시장의 열기가 한풀 꺾일 전망이다.
보유 자금이 부족한 아파트 계약자는 집단대출이 막히면 제2금융권 및 담보대출로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일반적인 집단대출보다 이자가 높아 대출자의 부담이 커진다.
다만 분양시장 과열을 막겠다는 정부의 이번 대책이 자칫 내수시장의 대표격인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하반기부터 중도금 보증 금액을 3억원 이하로 줄이는 등의 집단대출 규제를 시행키로 하자 분양시장이 냉각될 것이란 분위가 고조되고 있다.
최근 분양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불법 거래도 성행하자 정부가 아파트 집단대출 규제에 나서기로 했다. <사진=뉴스핌DB> |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수요도 집단대출 규제의 영향에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수요층 감소로 분양시장엔 양극화가 더욱 극명해지고 미분양 단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실수요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투자자는 웃돈을 받고 분양권 전매하는 경우가 많다. 집단대출이 막히더라도 1~2차례 중도금을 낸 후 분양권을 전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웃돈이 붙을 만한 유망 아파트 분양권은 중도금 집단대출을 받기 어렵지 않아서다.
하지만 수도권 택지 등에서 내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은 중도금을 고스란히 부담하거나 높은 이자에 중도금 대출을 받아야하는 만큼 실질적인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투자수요는 분양권 전매로 차익을 취하는 형태가 많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이번 집단대출 규제는 입주까지 고려한 실수요자들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라며 “집단대출 횟수보단 3억원 이하의 보증 금액 한도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 강남권 분양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정부는 하반기부터 아파트 집단대출에 규제키로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 건수를 1인당 2건 이하, 보증 금액을 3억원 이하로 제한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예를 들어 분양가 7억원짜리 아파트는 중도금(60%)이 4억8000만원이다. 3억원까지 중도금 집단대출이 가능하면 계약자는 나머지 1억8000만원을 신용 및 담보대출을 받아 준비해야 한다. 서울 지역의 주택 분양가가 3.3㎡당 2000만원이 넘어 신규 분양 아파트들은 대부분 영향을 받는다.
건설업계도 이번 대책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분양 일정을 조정하는 상황도 검토 대상이다.
대형 건설사 한 임원은 “집단대출은 분양시장에서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에 향후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파악한다”며 “특히 서울과 부산, 대구를 제외한 지역의 분양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여 분양 열기가 급랭하면 하반기 분양을 줄이는 쪽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분양시장의 과열을 막겠다고 이번 대책을 꺼내 들었지만 실효성이 미지수란 지적도 있다.
박합수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집단대출 규제로 다운계약서, 분양권 불법거래를 막겠다지만 미분양 확산, 분양물량 감소, 주택거래 위축 등 부작용 또한 적지 않다”며 “집단대출 금액과 횟수 등의 규제보단 불법 거래가 성행하지 못하게 더욱 철저하고 강화된 단속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