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설의 시작은 2012년 7월 10일 전후였다. 4월 9일 이후 석 달째 CD금리가 3.54%에서 꿈적도 하지 않자 "이상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기간에 통안증권 1년물은 3.45%에서 0.2%포인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50%에서 0.27%포인트 떨어졌는데, CD금리만 멀쩡해서다. 은행들이 가계대출금리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담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당시 CD금리는 대출금리의 잣대였다.
채권시장에서는 "혼자(트레이더) CD금리를 높게 적어내면 어디선가 이유를 묻는 전화가 온다고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특히 전 세계 금융시장의 기준금리라 할 수 있는 리보금리(Libor·런던은행 간 금리) 조작사건으로 유럽 전역이 시끄러웠던 시기여서, 이런 의혹은 사실처럼 굳어져 갔다.
그러자 7월 13일, 금융감독원이 7개 주요은행 자금담당 책임자를 불러 CD금리가 석 달 넘게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를 ‘논의’했다. 결론도 담합 가능성은 없고 CD발행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봤다. 신한은행은 1년 넘게 하나은행은 6개월 동안 CD를 발행하지 않을 정도로 시장에 물량이 거의 없어 금리가 움직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흘 뒤인 7월 17일~1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6개 시중은행(국민, 신한, 농협, 우리, 하나, SC은행)이 2009년부터 CD발행금리를 합의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장조사를 전격적으로 실시한다.
조사 근거는 이른바 ‘직권인지’. 담합 개연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CD금리를 거래하는 트레이더들이 야후 메신저로 서로 정보를 교환한 것이 그 증거였다. 또 트레이더들은 은행과 증권사 소속으로 CD와 유사한 은행채 등 채권도 거래하는 데 유독 CD금리만 움직이지 않은 것은, CD금리연동대출의 수익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의심했다.
곧 끝날 것 같던 담합 조사는 2013년 8월 시장실태 재조사와 추가 현장조사를 거처 2015년 5월 은행으로부터 진술조서 작성까지 받다. 결국 6월 29일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에서 ‘무혐의’로 받기까지 4년여가 흘렀다. 그동안 은행들은 '금리조작' 혐의로 신뢰가 떨어지는 피해를 입어야만 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