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에 이미 실물경제에 피멍이 들고 있다.
투자자들의 극심한 리스크 회피 움직임 속에 자산운용 업계의 부동산 펀드 판매 중단이 연이어 발생했고, 소비자와 기업이 23일 국민투표 이전 체결된 각종 주문과 계약을 보류하거나 취소해 서비스업 경기가 하강 기류로 접어들었다.
영국 감독 당국이 은행권에 배당을 동결할 것을 압박하는 등 곳곳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움직임이다.
영란은행(BOE)이 시중은행의 유동성 공급 확대를 적극 유도하고 있지만 소비와 투자를 중심으로 이미 급랭하기 시작한 실물경기에 반전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런던 켄싱턴지역 주택 <출처=블룸버그> |
5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마킷에 따르면 6월 영국 서비스업 경기가 크게 후퇴했다.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2.3으로 하락해 38개월래 최저치로 밀렸고, 기업 신뢰는 3년6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에 따라 고객들이 국민투표 이전 주문들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고, 이 때문에 관련 비즈니스가 커다란 충격을 받고 있다.
마킷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제조업과 건설업, 서비스업 동향을 근거로 볼 때 성장률이 0.2%로 후퇴한 것으로 파악됐고, 3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크리스 윌리엄슨 마킷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실물경기의 추가적인 하강은 물론이고 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고용 역시 이미 크게 위축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 자산운용 업계의 부동산 펀드 판매 중단이 꼬리를 물고 있다. 경기 비관론이 번지면서 투자 심리가 급랭, 자금 상환이 봇물을 이룬 탓이다.
스탠더드 라이프와 아비바는 이날 영국 부동산 펀드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자금 상환을 동결하기로 했다.
키트 주크스 소시에테 제네랄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업계 최대 규모에 해당하는 펀드가 연이어 자금 상환을 동결하기로 한 것은 부동산 시장 하락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지난 1분기 영국 상업용 부동산의 해외 투자 자금 유입이 절반 가량 줄어든 상황이다.
런던 금융권 <출처=블룸버그> |
런던 금융업계는 보너스를 상당 부분 반납해야 할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일부 투자은행(IB) 또는 비즈니스 부문은 올해 보너스 지급을 전면 철회할 예정이다.
브렉시트로 인해 기업 인수합병(M&A)을 필두로 각종 딜이 급감, 수수료 수입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데다 금융시장 급등락에 트레이딩 부문 역시 수익 창출이 난항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모간 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유럽 투자은행 업계의 주식 부문 수입이 올해 18%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채권과 그 밖에 투자은행 부문의 수입 역시 13%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무엇보다 금융업계의 경우 브렉시트 충격이 피부로 와 닿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BOE는 시중은행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확대, 실물경기 하강을 완화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추가 부양책 시행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BOE는 자본완충비율을 0% 수준으로 낮췄다.
은행권에 대한 리스크 관리 규제를 풀어 가계와 기업으로 유동성을 공급, 브렉시트 충격을 일정 부분 진정시키려는 움직임이다.
BOE는 자본완충비율을 0.5%에서 0%로 떨어뜨린 데 따라 은행권이 1500억파운드(1990억달러)의 대출 여력을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