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경쟁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 잔액 분석보고서까지 담합 증거라고 의심받았습니다.”
A은행 자금부 모 부장은 공정거래위원회의 4년간 CD금리 담합 조사 과정에서 수 차례 억울함을 호소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경쟁 은행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적인 시장조사자료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런데 공정위는 CD가 단기자금 조달용이므로 이런 정보를 통해 금리에 영향을 주도록 발행물량이나 금리를 조작한 증거라고 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공정위가 조사하자(2012년7월17~18일) 원래 감독기관인 금감원이 자금부 부서장을 불러서 조사했습니다. 감독당국도 공정위 조사를 납득할 수 없어 먼저 나선 거죠. 금감원도 CD금리 담합할 이유가 없다고 했었습니다”고 했다. 금감원은 공정위가 나선 조사 사안에 간섭한다는 ‘유감’표명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체조사를 했다.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도 “금리가 자유화돼 있는데 금융회사가 이를 조작해 얻는 이익이 크지 않아 담합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수 차례 밝혔다.
또 은행들은 야후 메신저로 서로 정보를 공유했을 뿐이고 은행연합회에서 자금부 실무진이 모인것은 친목을 위한 것이지 CD발행 금리를 논의한 적도 없다고 했다.
A 부장도 “공정위가 진술조서를 제출하라고 했을 때도 ‘CD담합 실익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반대로 기준금리가 올랐을 때 CD금리도 올리면 대출금리가 올라서 이익인데, 이런 일은 왜 없었냐 설명했습니다”고 했다.
은행권 설명에는 한국은행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내렸던 기준금리를 2009년 이후 인상으로 돌아섰던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당시 기준금리를 2.0%에서 3.25%(2011년 6월)로 다섯 차례 인상하면서 1.25%p 오르는 동안 91일물 CD금리는 2.86%에서 3.55%(2011년 말)로 0.69%p 오르는 데 그쳤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13개월만에 조정하며, 0.25%p 인하했다.
담합이라면 이 기간에 기준금리보다 CD금리를 더 올려서 대출금리를 올렸어야 맞는데, 오히려 CD금리 인상분이 기준금리에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또 CD금리는 대출금리뿐 아니라 정기예금(만기3개월) 금리의 기준금리로 같이 움직인다. 공정위가 주목한 2012년 4월7일부터 석 달간, CD금리가 움직이지 않아 예금금리도 그대로였다.
A부장은 “자금부가 조달금리도 높게 유지했다는 게 조달비용도 높았다는 건데,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무혐의가 났지만, 담합 조사 사실만으로 고객의 신뢰를 잃어버린 상처만 남았다.
모 임원은 “영국 리보금리 조작 사태처럼 민사와 형사소송이 봇물처럼 터질 것으로 걱정했다”면서 “CD 담합에 따른 이익이 4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와 법무법인을 알아보며 은행권이 공동으로 대응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그는 특히 “무혐의로 결론 났지만, 고객 신뢰가 중요한 은행산업이 신뢰성에 상처를 입은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공정위 조사는 KB국민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구 외환은행, SC제일은행 등 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