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CJ헬로비전은 현재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기정사실화 되던 SK텔레콤의 인수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다시 CJ그룹 품으로 돌아오게 됐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인수 무산이 CJ헬로비전에게는 단순히 원상복귀가 아니라는 점이다.
CJ그룹 안팎에서는 그동안 CJ헬로비전이 매각을 전제로 모든 영업비밀을 SK텔레콤 측에 제공했던 만큼 "껍데기만 남았다"며 유무형의 막대한 손실을 우려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헬로비전이 이번 매각 무산 과정에서 입은 유무형의 손실은 적지 않다.
가장 큰 손실은 바로 CJ헬로비전의 경쟁력이다.
한 CJ 관계사의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인수 심사 과정에서 영업비밀 자료를 비롯해 중장기계획 등 사실상 모든 자료를 받아갔다”며 “인수가 무산된 상황에서 CJ헬로비전의 모든 경쟁력이 적군에게 노출된 셈인데,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것”이라고 했다.
실제 SK텔레콤은 공정위의 인수 승인을 기다리며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을 위한 세부방안까지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CJ헬로비전의 조직도를 비롯해 조직 운용 계획, 영업기밀까지 모두 들여다봤다는 것. 당시만 하더라도 공정위가 사실상 인수 불허를 내릴 가능성이 희박했다고 평가됐다.
결과적으로 매각-인수가 무산되면서 CJ헬로비전은 적에게 모든 전략을 노출한 경우가 됐다는 이야기다. 업계 일각에서는 CJ헬로비전이 우위를 차지하는 지역 유선가입자에 대해 SK텔레콤의 공세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직원들의 사기다. 현재 CJ헬로비전의 직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버린 말”이라는 뒷말이 나도는 중이다. CJ그룹에서 매각하겠다고 내놨다가 결국 못 팔고 도로 회수해 가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사실 지난해 말 CJ헬로비전 매각이 결정되면서부터 직원들은 적잖은 반감이 있었다. SK텔레콤이 아닌 상대적으로 급여 수준이 낮은 SK브로드밴드에 합병되는 경우에 대한 거부감도 컸다. 이를 반증하듯, CJ헬로비전의 지난해 6월 기준 직원 수는 총 1177명이었지만 올해 3월 말 기준 직원 수는 1098명으로 줄었다. 9개월 사이 70여명의 직원이 이탈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CJ그룹 매각 발표 이후 위로금이나 받고 잔류를 걱정하겠다는 CJ헬로비전 직원도 적지 않았다”며 “사기가 바닥으로 가라앉은 상황에서 다시 CJ 품으로 돌아온 것에 CJ헬로비전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우려는 주가로도 나타나는 중이다. CJ헬로비전은 최근 공정위의 인수 불허 판단 이후 주가가 급락한 상황. CJ헬로비전의 지난 6일 종가는 1만50원으로 지난해 12월 초 기준 13400원에 비해 30%가량 빠졌다.
CJ그룹도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그룹 관계자는 “콘텐츠 산업 투자처를 물색하던 그룹의 모든 업무가 정지됐다”며 “영업기밀까지 모두 경쟁사에 털어준 상황에서 CJ헬로비전을 사겠다는 곳이 나타날 리가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